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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척만 하는 청소

일상의 맛 에세이

by 쓰는핑거


월요일 아침마다 대청소를 한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평소에 하지 않는 곳까지 손을 댄다. 쓸어내고 닦아낸다. 이렇게라도 해야 유지가 된다. 하지만 이제 9년차. 아무리 쓸고 닦아도 지저분하다. 개운하지가 않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사실 청소기 한번 돌리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구석구석 살림하고 닦아내는 일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다. 그냥 눈에 보이는 곳만 청소해도 스스로 대견한 일이다. 집안 구석구석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한 집을 볼 때마다 신기했다. 저렇게 하나하나 닦아낼 수 있는 여유는 언제쯤 찾아오는 걸까 한탄스럽기도 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나도 식물 잎이나 닦아내고 집안 구석구석 안 보이는 빈틈까지 닦아내며 깨끗함을 유지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꽤나 큰 지금, 여유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이전보다 부지런히 쓸고 닦는다. 평소에 미처 치우지 못했던 곳까지 눈길과 손길을 준다. 이렇게 치우고 나면 온 몸이 개운하다. 오래된 우리집도 깨끗한 새집처럼 잠시 잠깐 말끔해진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또 난장판이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치우고 정리한다. 그런데 이제 막 허리를 펴려는 순간 구석에 모여있는 작은 먼지들이 보인다. 아. 너무 힘들어서 난 몰라. 이제 그만 하련다.




사람들이 우리집을 항상 깨끗하다고 인식한다. 어쩜 그렇게 깔끔하냐고 감탄한다. 사진에 속으면 안 되는데...보여줄 수 없는 지저분한 곳들 속에 숨어 있는 먼지들 너무 많은데....서랍장 속에 미처 정리되지 못한 물품들은 차마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는데... 전부터 그랬다. 겉만 깨끗하게 유지하는 청소... 그러니까 꼼꼼하고는 거리가 먼 나와 딱 어울리는 청소방법이다. 지금도 내 눈앞에 보이는 먼지들. 아이들 과자 조가리... 아까 분명히 청소했는데 너희들 뭐니....


어쨌거나 보이는 곳만 여전히 신경쓰는 손쉬운 청소방법은 아이들이 크나 안 크나, 집이 더럽거나 깨끗하거나 쉬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주부니까 깨끗하게 치우고 느끼는 개운함과 뿌듯함은 마음껏 즐겨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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