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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녀의다짐

일상에세이 ) 긴장하고 살자

by 쓰는핑거

오늘따라 공기가 다르다.

한동안 매서운 바람에 움츠러들었던 거리가 따뜻한 햇살에 풀린다. 나는 코트를 여미고 길을 나섰다.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문득, 아침에 패딩을 입고 나간 아이들이 떠오른다. ‘괜찮을까? 덥진 않을까?’ 하지만 곧 피식 웃음이 났다. 매일같이 ”엄마, 아직 추워!“ 하던 녀석들인데, 오늘은 과연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전철에 올랐다. 시댁으로 가는 길, 혼자서 가는 건 처음이었다. 흔들리는 전철 창문 너머로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앙상했던 나뭇가지 사이로 연둣빛이 보인다. 아직 봄은 아니지만, 봄의 문턱 정도는 밟고 있는 듯했다.


”염소탕 먹으러 가자.“

아버님의 목소리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에 좋다고 하셨지만, 속이 미식거린다. 마음 같아선 아버님 앞에서 씩씩하게 한그릇 싹싹 비우고 싶었지만 음식 나오기 전부터 울렁거릴 것 같아 정중하게 거절하고 돌아왔다. ”아버님...제가 염소탕은 정말 못 먹겠어요...“ 메뉴를 바꾸실 법도 하건만 오늘 염소탕을 드시기로 작정하셨는지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두 분의 모습이 왜 이리 재미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서관에 들렀다. 문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휴관일이었지!“ 멋쩍음과 아쉬움이 뒤섞여 나온다. 한 두번이 아니였다는 사실에 풋웃음을 지어본다. 아직도 적응 안되는 금요일 휴관인 우리동네 도서관. 아직도 여러번 허탕치는 내가 적응안되는 나.


완벽한 사람이고 싶은데 실상은 허점투성이다. 허당 그 자체다. 남편은 늘 말한다. 관심이 없어서라고, 긴장하지 않아서라고....그래 맞다. 더 관심을 가지고 더 긴장하고 살자. 도대체 얼마나, 어디까지 레이다망을 켜놓고 긴장하고 살아야할지 감도 오지 않지만 조금만 더 긴장하고 살아보자. 적어도 도서관에 가는 날은 문득 오늘이 몇일인지 한번 점검해보자. 그럼 앞으로 금요일에 휴관인 도서관 문을 잡아당기는 실수 하나는 줄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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