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영재원에 다니는 아들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그곳에 쏟아야 했습니다.
학교 공부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비교과 활동이라 성적에 도움이 되는 건 거의 없었고, 때로는 너무 어려워서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날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힘들다, 가기 싫다, 시간만 뺏긴다며 불평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습니다. 가기 싫어도, 피곤해도,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어느 날 또 투덜거리기에,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어요
“그럼 가지 말자. 안 가도 돼.”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안 가면 너무 억울하지.
거의 다 끝나가는데.”
그 말에 문득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 이제 정말 끝이 보입니다.
돌아보니 이 여정은 무엇보다
성실함의 대결이었습니다.
배움의 깊이도, 성취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켜내는 건
그 어떤 결과보다 값진 경험입니다.
하기 싫어도, 버겁더라도,
주어진 시간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
그 과정에서 생기는 힘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른들 말씀에,
남자는 ‘성실함’ 하나면 된다고 했습니다.
성실한 사람은 무엇을 하든 결국 성공한다고.
저는 성실한 남편을 보며 그 말을 믿게 되었고,
그 기질이 아들에게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습니다.
사실 저는 성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고, 살림을 가꾸고,
하루를 성실하게 채우다 보니,
이제는 저 또한 그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실함은 요란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 가장 강하게 발휘되는 무기입니다.
아들이 이번 시간을 통해
그 무기의 가치를 알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훗날 인생이 버거울 때,
그 무기가 묵묵히 그를 지켜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