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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육아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by 쓰는핑거


오랜만에 아이들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다녀왔다.


공룡 뼈 앞에서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 사소한 것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며 여기저기 활기차게 노니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은 참 작은 것에서도 기쁨을 찾아내는구나 새삼 느꼈다.





아이들과 박물관에 자주 가는 편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저곳 여유롭게 거닐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찰나가 참 좋다. 부쩍 큰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박물관은 더 즐겁다. 어린 아이들 꽁무늬를 따라다니며 땀 뻘뻘 흘리는 초보 부모들. 뭐가 불만인지 빽빽 울어대는 유모차에 앉은 어린 아이를 한참 달래다가 이내 지쳤는지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며 아이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젊은 아빠의 모습을 지나치면서, ‘나도 저땐 그랬지.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앞을 지나친다. 그리고 이내 부쩍 큰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는 여유 넘치는 내 발걸음이 이내 경쾌해진다.



아이들과 박물관에 다닐 때에는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준다.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서준다. 그러면 아이의 표정은 이내 흥미로움과 즐거움으로 가득찬다. 공부가 되는 순간 반짝이는 아이의 눈빛은 사라진다.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전시관이 아니라, 리뉴얼된 북카페였다.


햇살이 넉넉히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다. 놀이터도 있는 곳이라서 책에는 관심 없을 줄 알았더니 역시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 바쁘다.



전시의 웅장함 뒤에 찾아온 조용한 여운,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이 시간이야말로 오늘 하루를 완성해주는 순간 같다. 육아를 하다 보면 늘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간다.






비교와 성취, 더 잘해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자꾸만 자신을 몰아붙이게 된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한 페이지, 한 장면을 나누다 보니, 결국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라는 걸 오롯이 다시 배우게 된다. 오늘 북카페에서 느낀 따뜻한 고요함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부쩍 큰 아이들은 내 손에 고단함을 줄여준다. 그 여유가 좋아서 ‘다 컸네~많이 컸네~’ 기특해하며 더 빨리 자라길 기대하곤 한다. 그럼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더 많이 채워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서...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달콤한 일상이 짧게만 느껴져 아쉽기만 하다.


‘조금만 천천히 커라.

아직 못 해본게 많은데.

너희들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하고 싶은데.’





책을 읽던 아이들의 눈빛, 그 옆에서 잠시 숨 고르던 마음. 잔잔한 일상이 녹아 달콤한 하루로 젖어든다. 육아의 고단함 속에서 찾은 가장 큰 위로이자 선물과도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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