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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좀 멋있다~

책 읽는 소소한 기쁨

by 쓰는핑거


살림하는 엄마의 하루는 단조롭다. 반복이다.

밥을 하고, 빨래를 개고, 집안을 돌보는 잡다한 일 들을 할 뿐이지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 분주함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는다는 것은, 때론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가치있는 시간이 된다.




며칠 전, 침대 머리 맡 위에 놓인 두꺼운 『일리아스』를 본 아이가 물었다.


“엄마, 일리아스~ 엄마 이거 읽어?

이렇게 두꺼운 책을!?”


웃으며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성경책도 세 번 읽었는데, 못 읽을 책이 어딨어?

마음 먹으면 다 읽을 수 있어“


순간 아이가 말한다.

“오… 엄마 좀 멋있다.”


아이의 사소한 한 마디가 오래동안 마음을 울린다.

사실 책의 두께는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하지만 두꺼운 책 앞에서 멈추는 순간, 우리의 성장은 멈추는 것 아닐까? 한장씩 넘기기 시작하면, 두께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라 내가 더 멋져질 기회가 된다.


밥하고 빨래하는 평범한 엄마지만,.

아이 앞에서 책을 펼치는 내 모습은,

‘엄마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되리라.

책의 두께보다 중요한 것은

넘겨보려는 용기임을 다시 한번 배운다.

그 용기를 아이는 뒤에서 다 보고 자란다.

오늘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멈추지 않는 엄마,

그리고 도전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아이 눈에 ‘멋진 엄마’로 남는 순간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작은 책장을 넘기는 그 용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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