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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여편네 누구야?

나야...

by 쓰는핑거



어제 서울랜드에 다녀왔다.

물놀이시설이 있었는데 아쿠아슈즈만 입장 가능한 곳이다. 크록스를 신고 온 아이들에게 아쿠아슈즈를 내어주고 아이들은 신나게 물 속에서 더위를 식혀본다.

잠시 앉아서 숨을 돌리리며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들 신발이 안 보인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만 침착하게 갈아 신었던 곳으로허둥지둥 달려가 보니, 덩그러니, 그 흔적 그대로 잘 놓여 있는 아이들의 신발.


얼마나 허무하고 웃기던지, 잠시 멍하니 서서 웃음이 터졌다.





이런 ‘사건’ 없는 날이 없는 허당엄마이다.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늘 북적이고, 아이 셋과 함께하다 보면 깜빡하거나 허둥대는 일이 많다. 예전 같았으면 ‘왜 이렇게 정신이 없을까, 나는 왜 이럴까’ 하며 스스로를 한참이나 탓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바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루를 돌아보고, 내 마음을 살피게 되는데 덕분에 실수한 나를 더 빨리 인정하고, 더 빨리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예전처럼 괜히 끌어안고 속상해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 오늘도 열심히 살았잖아’ 하며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삶은 실수 없이 사는 게 목표가 아니라, 실수를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 같다. 글쓰기는 그 과정을 기록하게 해주고, 기록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어제의 허둥댐도, 오늘의 웃음도, 내일의 또 다른 실수도 모두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



그래서 오늘도 허당엄마의 하루를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누군가에게는 이 모습이 위로가 되기를, 혹은 ‘나도 괜찮구나’ 하는 용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허둥대도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록하고 오늘도 쓴다. 실수하는 나의 하루까지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오늘도 허당엄마였지만, 괜찮다.

내 아이들이 기억할 건 잃어버린 신발이 아니라

함께 웃으며 뛰어다녔던 엄마의 모습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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