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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열심히 살자!

노력과 수고가 땀방울을 타고 흐를 수 있도록

by 쓰는핑거


자전거를 타고 은행에 가서 볼 일을 봤다. 더우니까 차를 타고 가고 싶은 유혹이 밀려왔지만 가까운 거리인데다 오후시간이라 주차가 어려울 것 같아서 자동차키는 원래 자리에 걸어두고 자전거 열쇠를 챙겨서 집을 나왔다. 나오면서 쌓여있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마치고 음식물쓰레기까지 해결해버렸다. 쓰레기는 항상 신랑 담당이였는데 어느새 내 담당이 되어버렸다. 한 번에 모아두면 힘 좋은 신랑이 있는대로, 쌓아놓은 대로 다 들고나가서 처리해주니 세상 편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음식물쓰레기카드를 챙겨서 음식물까지 버려주니 쓰레기를 버릴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매일매일 나오는 쓰레기 그때그때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일 가볍게 나가는 길에 바로바로 버리니 신랑에게까지 쓰레기가 갈 일이 없어졌고 자연스레 내 담당이 되었고 아직까지 불만이 없다. 사실 출근하는 남편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도 편치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바람이 분다. 더운 바람이지만 머리카락을 흩날리도록 부는 바람이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은행에서의 대기시간이 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업무를 처리했다. 전보다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문 앞에 서 계신 경비원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은행 문을 열고 빠져나온다. 1층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아이들 간식을 사가야겠다. ‘아. 언제까지 세일한다고 했던거 같은데..기간이 지났을까?’ 문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봤더니 세일하는 기간이 오늘날짜로 끝이다. 5,000원 상당의 버거가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세일중인데 마침 날짜도 오늘이 끝이라니! 나로서는 모든 것이 선물같이 느껴지는 기분좋은 하루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 먹을 햄버거도 사가지고 옆에 야채가게로 발길을 옮긴다. 저렴하게 파는 야채들을 한 가득 담았는데도 만 원이 채 안된다. 이 야채들을 부지런히 닦고 정리해서 재료에 맞는 요리들을 마치고 나면 몇일 다른 반찬 걱정없이 맛있게 한 끼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주부로써 열심히 산 것만 같아서 기분이 참 좋다.



집에 오는 길, 막 올려가려는 엘레베이터를 가까스로 붙잡아 얻어탄다. 택배아저씨가 짐을 한 가득 싣고 계신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고 멀직이 자리를 잡고 엘레베이터는 12층으로 올라간다. ‘더운날 고생이 많으시네’ 싶은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았다. 목 뒤로 흐르는 땀방울의 흔적 없이 보송보송해보인다. “8층 좀 들렸다 가도 될까요?” 갑자기 그 분이 돌아서며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네 그럼요 편하게 들르셔도 됩니다” 그런데 순간 아저씨의 얼굴로 땀방울들이 폭포수같이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늘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고 계신 그 분의 열심과 땀방울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괜시리 숙연해진다. 나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더 열심히 살고 싶다.


아직도 세상에는 열심히 사는 분들이 너무 많다. 게으름을 부릴 수 없고 자만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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