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렌즈
“엄마! 이게 스마트폰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책을 읽던 아이가 오늘은 눈 뜨자마자 블럭 상자 앞으로 달려갔다. 햇살이 거실 바닥을 비추는 시간, 아이의 손끝에서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번 주 금요일, 우리 교회에서 바자회가 열린다.매번 참여하다 보면 ‘미리 정리하면서 득템하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엔 유난히 반가운 물건이 눈에 띄었다. 바로 아이가 오래전부터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래비트랙스.
시중에서는 1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보드게임인데,바자회 테이블 위에 2만 원이라는 가격표와 함께 놓여 있었다.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구성품이 빠져 있었다. 15,000원짜리 구슬을 따로 사야 한다니... 그래봤자 중고인데 이걸 사는게 맞는거야? 순간 고민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날 저녁부터 아이는 하루 종일 그 블럭에 빠져들었다. 설명서를 읽으며 구조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구슬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의 세계를 완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엄마, 이거 스마트폰 게임보다 훨씬 재밌어!!”
그 한마디에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 3만 원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좋은 장난감 하나가 아이를 스스로의 세계로 데려가고, 그 몰입이 스마트폰보다 더 큰 즐거움이 되었다.
둘째아이는 요즘 건담에 빠져 있다. 조립이 까다롭고 부품도 작지만, 그 섬세한 작업 속에서 집중과 성취를 배운다. 아이들이 손끝으로 세상을 만드는 동안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서로 다투지 않고, 각자의 세계에 몰입해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 시간이 나에게는 보너스 같은 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잘 노는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
내 안의 목소리를 다듬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내 시간을 빼앗는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이들이 몰입하는 시간은, 엄마에게도 몰입의 기회라는 것을.
아이들이 손끝으로 세상을 만들 때, 엄마는 마음끝으로 세상을 새긴다. 그리고 그 작은 시간들이 쌓여 서로를 성장시키는 기적이 된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아이들이 잘 노는 그 보너스 시간에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책 한 권을 읽거나, 짧은 문장을 써내려가거나, 혹은 조용히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이 시간이 참 좋다. 그 시간이 바로 나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시간이다.
아이의 몰입은 엄마의 여유로 이어지고,
엄마의 여유는 아이의 성장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