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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는 꽃과 달리 단단해지는 글쓰기

일상에세이(글쓰기팁)

by 쓰는핑거

지난주 토요일.


잠깐 회사에 출근했다가 돌아온 남편의 모습에 심쿵!

꽃 들고 들어오는 남편의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심쿵이었다!!


토요일에 남편은 꽃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남편은 지켜주었다. 정작 나는 남편이 꽃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던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더 꽃이 반갑고 예뻤을 것이다. 남편이 풍성한 꽃 한발을 들고 성큼성큼 들어와서 건네는 모습에 내 심장이 기분좋게 요동치며 도파민이 마구 분출된다. 기어이 평소에 잘 하지 않던 멘트까지 입에서 터져나왔으니...



“네 아빠는 꽃 들고 있을 때 제일 멋있는 것 같아!!“

“언젠 아빠 일할 때가 제일 멋있다며?

“맞아. 아빠 일할 때도 섹시하고 근사하지. 그런데 아빠가 꽃 들고 있으면 더 멋있는거 같아.”

“아빤 언제나 멋졌는데....”

“그래 맞아 아빠는 언제나 멋졌어...”


엄마의 기분이 좋으면 이렇게나 집안 분위기가 좋다. 엄마의 기분에 따라 집안 공기는 달라진다.



일주일뒤,

영락없이 거실 꽃병 속의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집안을 환하게 밝혀주던 향기와 색은 점점 바래가고 꽃 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생화가 예쁘고 특별한 이유는 잠깐 누릴 수 있는 예쁨의 사치 때문이 아닐까...





시들어버린 꽃 반 이상을 정리하고 남은 꽃들은 각기 다른 꽃병에 담아 각기 다른 곳에 놓아본다. 그러면 또 몇일은 색다른 여운을 만끽할 수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은 피어날 때가 가장 아름답지만, 글은 써 내려갈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꽃은 시들어 금새 사라져버리지만 글은 써놓으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더 단단하고 멋진 문장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글을 쓸 때의 나는 늘 불안했다.

문장이 어색하고, 생각은 산만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그 글 속엔 분명 ‘그때의 나’가 남아 있었다. 조급하고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나의 기록이었다. 그런 찰나는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꽃은 시들면 사라지지만, 글은 시들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문장으로 바뀌고, 더 단단한 생각으로 숙성된다. 글은 ‘시간과 함께 자라는 꽃’이 아닐까? 누군가의 말처럼, 글은 ‘두 번째 생각의 기록’이다.





삶의 순간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시간. 빠르게 스쳐가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바라볼 때, 마음이 자라고 문장이 자란다. 오늘 내가 쓴 문장은 내일 보면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그러니까 서툴고 어색할지라도 오늘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 글도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간을 내어 놓치지 않고 한 찰나, 내 생각을 기록해본다. 꽃병 속 꽃은 어느새 모두 시들었지만, 그날의 향기와 장면은 내 마음속에 남았다.


글은 그런 힘이 있다.

사라지는 것을 머물게 하고,

흩어지는 마음을 모으게 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부지런히 살림을 하고 거실 한 켠에서 오늘을 기록하고 찰나를 기록해본다.


쓰는 삶은 엄마의 삶을 더 풍성하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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