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인스타를 켜면 여기저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핫한 소재는 벚꽃이다. 올해 유난히 사람들은 벚꽃에 열광했던 것 같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모두 벚꽃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벚꽃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운겨울바람이 지나면 긴긴 찬 바람 속에서 숨겨두었던 새순들이 어느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 숨이 있다가 뚫고 나오는걸까? 몽글몽글 자리잡기 시작한 새순에서 곧 꽃망울이 터질 것이다.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봄. 그 짧은 봄처럼 빠르게 피고 지는 벚꽃. 흐드러지게피어난 벚꽃을 오래두고 보면 참 좋을텐데.. 이때만 짧게 볼 수 있는 벚꽃이라 사람들은 더 아쉬워하고 열광하는 것이겠지. 온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가 내리고 나면 벚꽅은 온 동네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사라진다. 나뭇가지에 달려있을 때도 예쁜 벚꽃은 바람에 흩날려도 예쁘고 연약하고 힘이 없어 저항도 한번 하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내려앉아 사람들에게 밟히는 순간에도 예쁘다. 그래서 사람들은 벚꽃을 좋아하고 나도 벚꽃을 좋아한다.
나는 남자 넷과 산다. 아들만 셋을 키우고 있다. 꽃을 보러 가자고 하면 질색을 하는 것이 당연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아쉬움이란 단어는 잊고 산지 오래이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석촌호수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벚꽃이 무척 보고 싶어서 혼자 보고 왔던 기억이 난다. 누구랑 같이 갈까? 잠시 머리를 굴려봤는데 귀찮다. 아이들 학교 간 사이에 얼른 다녀오려니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다.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즐겨야지 마음먹고는 집 앞에서 서울대 입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기분좋게 나선 서울나들이. 아니 벚꽃 나들이. 우리 동네는 고요하고 넉넉한 여유가 매력적인 곳이지만 서울에 가면 서울만의 북적이는 감성이 나는 참 좋다. 사람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지하철을 오고 내리며 바쁘게 걷는 사람들 틈에 끼여 나도 바쁘고 급한 약속이 있어 발걸음을 서두르는 사럼처럼 분주함을 만끽해본다, 그렇게 산넘고 물을 건너 강을 건너듯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걷고 걸어서 도착한 잠실의 석촌호수공원.
소문으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벚꽃의 자태들을 보고 있자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벚꽃과 호수가 화려한 도시를 품고 반짝인다. 어쩐지 다른 벚꽃들보다 세련되고 위풍당당해보인다. 시간만 많이 있다면 샌드위치 한입 베어물고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 책 한권 꺼내 읽고 싶다. 글을 써도 좋겠다. 그런 로망을 가지고 찾아온 석촌호수공원에는 생각보다 사람도 너무 많았고 내가 원했던 여유를 부리기엔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 벚꽃이나 실컷 보다 가자. 그 크고 넓은 호수공원을 두 바퀴를 사람따라 돌고나니 다리가 묵직하게 아파온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연인. 가족. 친구가 함께 였다. 아니, 어쩐지 걷다보니 나만 혼자라는 느낌도 들었다. 벚꽃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느라 바쁜 사람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다음주에 함께 가준다던 남편의 말도 떠올랐다’ 쿨하게 ’괜찮아. 그냥 보고만 올거야’ 했지만 그냥 보고만 오려니 어쩐지 서운했다. 나도 다시 오지 않을 2025년의 내 모습을 벚꽃과 함께 담았어야 했는데...
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웠다. 소외되는 것 같아서 항상 사람들 틈에 끼어 있었다. 불필요한 만남까지 다 이고 지고 있다보니 피곤했다. 그런데 글을 쓰기시작하면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 귀하고 가치있는 시간이라 여길줄 알게 되었다. 내 생각에 집중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풀어내고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나는 더 또렷해졌고 맑아졌다. 그 유익을 맛본 이후, 불필요한 만남을 줄이고, 아. 물론 . 항상 혼자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만남들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고 나눌 수 있는 좋은 동지들이 곁에 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도 즐길 줄 알고, 함께 있는 시간도 진심으로 즐길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봄날에 잠깐 피고 지는 예쁜 꽃을 보러 갈땐 혼자 가지 말아야지. 서로의 예쁜 모습도 찍어주고 깔깔거리며 와야 그게 꽃놀이지. 작년 석촌호수를 다녀오고는 나는 다시는 혼자 꽃을 보러 가지는 않는다. 벚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