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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an 05. 2023

뜨거운 온돌방에서 흘렸던 눈물들...

(있을 때 잘해#3)

세상에 그렇게 많은 뇌출혈 환자들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 혈압이 상승하며 혈관이 팽창하여 막혀있던 혈관이 터지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고혈압 환자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미처 몰랐다. 그 곳은 완전 다른나라세상이였다. 소독약 냄새가 진동을 하는 병원 곳곳에서는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고통과 아픔과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중환자실 가족대기실도 그랬다. 중환자실 옆쪽에 작은 온돌방으로 된 가족대기실이 있었다. 확연한 온도차이가 났다. 찜질방처럼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몸을 기대자 긴장감이 스르르 풀렸다. 새우잠을 자며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중환자실 옆에 이런 곳이 있는 지 미처 몰랐다. 처음엔 발바닥을 델 수 없을 정도로 후끈후끈, 따뜻한 온돌바닥에 기온에 놀랐지만 이내 금방 적응이 된다. 따뜻하고 포근한 기온에 놀랐던 가슴과 긴장감이 풀리며 뜨거운 온도에 금방 적응된다. 나도 잠시 누워보았다. 따뜻하다. 참 따뜻하다...





잠시 눈이라도 붙이고 싶지만 의식 없이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이 또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린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작은 손가방과 엄마의 핸드폰이 손 안에 있다. 지금까지 흘렸던 눈물보다 더 많이 눈물이 쏟아질 게 뻔해서 열어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참아보았다. 하지만 엄마가 너무나 그립다. 엄마의 흔적이라도 느끼며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다.


엄마의 작은 손가방을 열었다.

에게...큰 가방이 텅텅 비어있다. 설화수화장품  스킨로션 작은 샘플 두어가지가 텅빈 가방속을 굴러다니고 있다. 그리고 몇몇 영수증들... 엄마의 삶이 텅빈 가방 속 모습 그대로였던 듯 해서 가슴이 아렸다. 굴러다니는 작은 화장품 샘플들이 엄마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소박하고  가난했던... 엄마가 마지막까지 사용한 물건이다. 엄마가 최근에 발랐던 화장품이다. 엄마의 손길을 느끼며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리자 또 다시 눈물이 쏟아진다. 엄마의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막내동생의 메시지가 보인다.




"엄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문자 보면 빨리 전화해줘!!"




엄마는 이 시간에 뭘하고 있었을까? 지독한 두통을 느끼며 발을 구르며 아파하고 있었을까?의식이 없이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딸들 걱정에  안타까워하며 슬퍼했을까? 엄마가 딸들에게,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들을 하나 하나 꺼내보고 있자니 터져나온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눈물이 타고 타고 또 타고 흘러내린다. 엄마의 마지막 흔적을 뒤적이고 있다니...정말 믿을 수가 없는 현실앞에 가슴이 무너지고 막막하기만 하다.





뜨거운 온돌방. 중환자실 가족대기실에서 등을 돌리고 누워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모든 가족들이 그 곳에서 그런 시간을 보냈으리라... 내가 일어난 그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그런 아픔과 후회의 눈물을 닦고 닦아냈을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예기치 못한 시련 앞에서 주체하지 못할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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