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에 청소 시간이라니...

by 퍼퓸

최근 아는 지인으로부터 불후의 명곡 녹화장 다녀온 얘길 듣게 되었다. 티브이를 거의 안 보는 편이지만 오래전에 남편과 티브이를 통해 몇 번 시청한 기억이 있었다. 한 곡 한 곡 가수들의 열창으로 티브이만 봐도 마치 현장에 간 것 같은 감동이 느껴져 단순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는 다른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다녀온 지인의 말을 들으니 역시나 가수들의 모든 곡들이 훌륭했고 무대 분위기마저도 곡의 분위기와 어울려 그 감동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전날에 느꼈던 생생한 감동을 전하는 지인의 표정만 보아도 당시 느꼈을 감동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곡이 끝날 때마다 가졌던 긴 휴식 시간이라고 했다. 매 순간 감동의 현장이었지만 그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무대 장치가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 한 곡마다 그 무대 장치를 치우고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데 거의 30분씩 걸렸다 했는데, 곡이 끝날 때마다 대형 진공청소기가 돌아가는 소리, 여러 소품들을 치우는 소리로 30분의 휴식 시간 동안 무대 안은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소음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방송으로 볼 때는 1주에서 2주 각각 1시간 정도의 시간일 거라 생각했는데 긴 휴식 시간으로 인해 실제로는 1시 30분에서 2시 사이에 입장하여 5시가 넘어서야 끝났다고 한다. 티브이로 볼 때는 한 시간도 안 되어 무대를 어떻게 저렇게 빨리 바꿀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티브이로 본 것은 편집본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거다.


앞선 무대에 쓰인 모든 장치와 장식을 청소하고 다음 곡 연주에 어울리는 무대 장치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30분이라는 시간은 청소와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는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곡을 끊김 없이 연속으로 듣고 싶기에 30분이라는 시간은 지루할 수 있고 들리는 소음 또한 직전 경험한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는 대비되어 살짝 힘들었다고 했다. 보조 엠씨가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휴식 시간 동안 여러 형식의 재미난 진행도 했다고 한다. 감상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것과 4시간 넘는 긴 시간만 빼고는 다 좋았다는 얘기였다.


지인의 생생한 소감을 들으니 요리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유명 셰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요리를 맛보고 나서는 반드시 맹물로 입 안을 다 헹구고 나서 다음 요리를 시식하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시식한 요리의 맛이 다음 요리의 맛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맹물로 입 안을 깨끗이 헹구는 걸로 알고 있다.


후각세포는 다른 감각 세포에 비해 쉽게 피로를 느껴서 같은 냄새를 맡고 있으면 그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후각보다는 덜하겠지만 다른 감각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로를 느낀다.


음악 공연은 청각이 주가 되지만 시각의 영향과 마음속에 울리는 감동의 여운이 매우 크다. 눈을 감고 곡을 감상하는 것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상하는 것이 다르다. 매 연주곡마다 감상 후 평가를 내리는 음악프로기 때문에 어쩌면 그 청소 시간이 감각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곡을 감상하면 우리는 쉽게 그 감동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한다. 그런 중에 다음 곡을 바로 감상한다면 객관적인 감상과 평가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티브이에 비치는 관객들의 표정을 보면 감동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한껏 흥에 겨워 박수를 치며 몸을 들썩이는 모습도 보았는데 분위기가 다른 곡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으리라. 해당 음악 경연 프로가 누가 더 기술적으로 잘 부르는가를 판단하는 이성적인 심사가 아니라 관객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그 청소 시간은 청소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청소 시간이 있더라도 공연은 역시 현장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올봄도 잘 견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