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특별하다 착각하는 모든 보통인들에게
당신은 평소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해보겠다. 솔직하게 대답하길 바란다. 당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남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가?
평범한 사람인가? 아니면 남다른 사람인가? 평소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당신은 '진심'으로 남들과 '다르다'라고 느끼는가?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통장에 있는 액수를 한 번 확인해보라. 아마 남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처를 훑어보고, 당신이 평소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을 생각해보라. 아마 남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여느 때처럼 당신이 살아온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라.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이 보내는 하루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정말 특별한 경우ㅡ모두가 놀랄만한 압도적인 재능 또는 환경을 타고난 경우ㅡ가 아니면 큰 차이가 없다. 그저 보통사람들처럼 먹고 자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중에 좀 더 성실하거나, 리더십이 있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조금 더 탁월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이 자신은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생각은 대략 이렇다.
나는 누군가에게 멋진 친구이자 선배 또는 연인이며, 봉사 정신이 투철하고 내 사람에겐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친절하다.
또 이기적인 남들과 달라서, 나의 이득보다는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한다.
나는 의리가 있고 열정적이며 독립심이 강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또 썩어빠진 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괜찮은 사람인데, 아직 나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쿨하게 사과하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 처리가 확실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알며, 공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객관적인 사람이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처럼 괜찮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를 몰라본다면 이것은 너의 손해다. 왜냐하면, 적어도 나는 평범한 보통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좋은 말은 죄다 자신에게 갖다 붙인다. 누군가 다가와서 "정말 멋지네요. 당신은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겸손한 척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매우 기뻐하며 우쭐해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사람들은 전형적인 소인배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이런 부류를 수없이 만나왔다(물론 나도 이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자기보다 잘난 사람에게 배우기보다,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훈계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은 친구들은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이들은 자부심 하나는 충만해서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적극적으로 가르치려 들며, 남들이 자신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추진력과 자신감을 획득한다. 물론, 잘못된 자신감이지만 말이다.
이들이 정말 가증스러운 점이 또 한 가지 있다면, 스스로 대인배인 척한다는 것이다. 소인배가 대인배인 척하면 어떻게 될까? 잠깐은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훗날 반드시 관계에 탈이 난다. 대인배인 척 행동하는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밥 사주기'가 있다.
오늘은 내가 한 턱 낼게. 부담 갖지 말고 맛있게 먹어.
그 말대로 맛있게 먹었더니 나중에 자기가 사줬던 음식으로 꼭 생색을 낸다. 큰 맘먹고 사줬으니까 언젠가 받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건 썩 좋은 태도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사준 것이 아니라 투자한 것이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안 사주느니만 못하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꼰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주변 사람을 위하는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득을 모조리 챙겨 먹는다. 행동은 소인배인데 반해, 존경과 실리 둘 다 얻고 싶은 것이다.
정말 사회악이 아닐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다니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평범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보통 그릇의 크기가 작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 구성원 중 절대다수가 소인배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별할 것 없는 나도, 지극히 평범한 당신도, 우리는 모두 소인배인 것이다.
그 안에서 스스로 그릇이 작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자기 분수를 알고, 겸손함을 갖추고,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들은 언젠가 진짜 대인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 분수를 모르고 과도한 자의식에 빠져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소인배에 머무르거나, 아예 시정잡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극히 드물긴 하지만, 시정잡배를 뛰어넘어 완전히 인생을 막살아가는 무뢰배가 되는 사람도 존재한다.
왜 내가 평범한 소인배임을 알아야 할까? 그래야 '내가 최고'라는 근거 없는 오만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을 기점으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개선하고, 그릇의 크기를 키워 인생에 실질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
처음부터 특별하면서 대인배인 사람은 없다. 현재 '유느님'으로 불리는 국민 MC 유재석도 한때는 소인배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철없는 시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당시 규모가 있는 개그 콘테스트에 입상했다. 게다가 그 기세로 정식 개그맨 데뷔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냈다. 이를 지켜본 그의 동료들은 그에게 '천재'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유재석은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재밌다는 칭찬을 받고 살아서 그런지, 진짜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태도는 그를 최고의 자리로 데려다주지 못했다.
그는 제1회 KBS 대학 개그제에서 당연히 본인이 대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장려상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상에 기분이 나빴던 그는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대놓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 불만은 귀를 파면서 무대로 걸어 나오는 행동으로 이어졌는데, 당시 그 행동을 지켜본 선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유재석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때를 회상하며 "내가 TV 나오면 전국이 난리가 날 줄 알았을 정도로 건방졌다. 하지만 현실은 초라했다."라고 고백했다. 그 사건 이후 그는 자신이 최고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끊임없이 배우고 부족한 점들을 고쳐나갔다. 결국 그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MC로 거듭났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대인배, 유재석이 되었다.
다수에게 인정받는 성공자들은 모두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중요한 점은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닫고, 교만함이 올라오는 것을 경계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이다. 현재 내 위치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일취월장을 넘어 환골탈태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철없던 중학생 시절, 나도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선생님과 어른들을 보면 꼬박꼬박 인사하고, 길가에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서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항상 바른말 고운 말을 쓰며, 남들이 싫어할만한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가 독립적인 사람이고 남들에게 항상 베풀며 의리와 끈기, 열정을 가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날의 나는 마치 살아있는 도덕 교과서인 것처럼 행동했기에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친구 한 명은 나에게 '바른생활 청년'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한 선생님께서는 'FM 같은 녀석'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것을 칭찬이라고 생각한 나는 더욱더 교만해져 '나는 남다르다'라는 생각을 대학생 때까지 쭉 이어나갔다.
단순히 남들보다 조금 더 바르게 행동했을 뿐인데,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대견하게 여겼던 나는, 마치 인간의 도리를 다 갖춘 사람인 것 마냥 스스로를 예의의 대가라 여겼다. 나보다 더 훌륭한 인품을 갖추고 훨씬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때의 어린 눈으로는 무엇이든지 남들보다 내가 더 나아 보였던 것 같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본모습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 또한 과도한 자부심과 스스로 남다르다는 생각을 지닌 채 살고 있음을 알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남들 머릿속에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특별하고 남다른 사람 행세를 하고 살아왔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깊이 반성했다.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남들보다 딱히 잘난 것 없는 소인배이며, 앞으로 배우고 고쳐나가야 할 점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한 사실을 인정한 바로 그 순간부터, 내 인생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물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에 따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거기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묘한 심리를 파악하고, 그 심리를 바탕으로 대인관계에 융통성을 갖추고, 난감한 상황에 대한 뛰어난 처세술까지 익힐 수 있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을수록 지혜가 한 단계씩 상승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이렇게 하루하루 발전하는 자기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아는가? 일취월장을 몸소 느끼는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 기쁨을 아는 분들은 내 마음을 잘 알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소인배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인생이 발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 아니겠어?
미안한 말이지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일수록 별 볼 일 없는 놈이다. 나는 스스로 '잘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진짜 '잘난 놈'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진짜 잘난 놈, 멋있는 놈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일수록 겉이 아닌 속까지 겸손한 이들이 많았다.
아직도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 모두는 평범한 소인배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당신은 결코 남들과 다르지 않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면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당신이 주변 사람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맺고 좀 더 수월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에게만큼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내가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해서, 특별하지 않다고 해서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이라고 해서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당신의 평범한 친구가 밥 먹을 돈이 없어 당신의 집으로 찾아온다면, 그가 단지 평범하다는 이유로 굶주림에 허덕이게 놔둘 것인가? 배고픔의 서러움을 아는 당신은 설사 그가 망나니 같은 친구라 해도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지 않겠는가? 평범하든 특별하든, 대인배든, 소인배든 생명은 모두 소중하니까 말이다.
우리가 소인배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발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이제부터라도 남들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나가 보라. 남다른 인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정답을 말해준다.
세상이 내게 가르쳐준 분명한 한 가지는, 일단 내가 소인배라는 것을 인정하고 정진하는 자세가 우리를 좀 더 대인배로 만들어주는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