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끔씩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내가 뭘 해도 다 받아주는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위로와 편안함이다.
실제로 우리는 가족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때로는 알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많이 아프기도 하다.
남들은 쉽게 수용(受容) 해 주지 못하는 그 무엇도 가족이니까 너그럽게 품어줄 수 있다 믿고 싶은 막연한 기대일지도 모른다.
계산기를 저 세상으로 던져버리고 나를 그리고 너를 온전히 이해해 주길 바라지만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나 보다.
본의 아닌 갈등으로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화살을 서로에게 쏘아대며 견디기 힘든 고통과 실망을 주고받기도 한다.
가족에게 받는 상처는 유난히 더 아프다.
연인이나 친구도 자주 만나야 할 말이 있는 것이지 어쩌다 만나면 할 말이 없는 것처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다 보면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오해가 생기고 어떻게든 풀어 보려다가 더 아픈 상처들로 뭇매를 맞기도 한다.
시간이 허락 없이 만들어 놓은 우리 사이의 간극(間隙)이 커져버린 탓이다.
한국을 떠나 오면서 이미 가족을 버린 죄라는 죄명(罪名)과 죄인이라는 프레임이 덜컥 씌워져 버렸다.
죄인을 바라보듯 보는 시선들이 마음을 늘 따갑게 쑤셔댄다.
수 없이 넘어져도 기댈 수 있는 가족 하나 없는 이곳에서 여전히 가라앉지도 못하고 붕 떠서 살고 있는 삶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가족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내가 살아 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노라면 같이 공감해 주는 대신
"안 힘든 사람이 어딨어? 다 힘들어"라고 한다.
허락을 구한 적 없는 나의 선택이었고, 어느 정도는 감당해야 하는 일이니 어찌 보면 다 맞는 말이긴 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서운하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난다고 했을 때 그들이 느꼈을 배신감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힘겹게 지나온 세월을 대신 보상하듯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저 힘들었겠구나 그 한마디면 되는데...
아무도 곁에 없으니 외롭기도 하고, 우울해하기도 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너무 반갑고, 기대고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 나를 토닥여 달라고 어리광 한번 부린 것뿐인데.
"네가 힘든 건 스스로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거야"라고 잔인하게 쐐기를 박듯 말문을 막아버린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처럼 의미 없이 내뱉은 그 말이 가슴을 짓눌러 숨을 쉬기가 힘들다.
물론 힘듦의 느낌과 정도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내가 아무리 괴롭다고 외쳐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다고 말할 수 있고
내가 느끼기에 아무것도 아니라 해도 상대방은 죽을 만큼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독기 어린 말들로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대긴 하지만 가족은 가족이다.
상처 때문에 눈물 펑펑 쏟을지언정 만나서 지내다 보면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 잊는다.
그렇게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도 한다.
입으로는 톡톡 쏘아대도 바쁘게 사느라 힘든 세상, 없는 시간 쪼개서라도 함께 있어주려 애쓰는 그 마음이 바로 가족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젠 서로 나이가 들었으니 철없던 어릴 때처럼은 아니더래도 자신들의 최선을 다해 배려를 아끼지 않고 쏟아부어 주는데 격려와 위로, 지지까지 바라고 있는 내가 오히려 이기적인 건지도 모르겠다.
가족이 있어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구렁텅이에 빠졌다고 생각할 때 아무 조건 없이 손 내밀어 주는 이도 가족이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가족도 마찬가지다.
위안(慰安)이기도 하지만 상처이기도 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진리인듯하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통의 관심사는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서로를 공감하지 못해 관계의 깊이도 얇아지기 마련이다.
종국에는 서로의 저 세상이야기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풀리지 않는 이 문제를 들춰내면 서로의 감정싸움으로 얼굴을 붉히게 되니 의도적으로라도 수면 아래 잠재우고 있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짙은 앙금은 가끔씩 서로를 향해 의도치 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늘 반복되는 이 과정이 때론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가족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격려와 지지도 해 줄 수 있는 것인가 보다.
가족에게조차 나쁜 일은 거르고 좋은 것만 선택해서 아름답게 포장을 해야 한다는 건 왠지 씁쓸하다.
그래도 가족은 삶을 살아가는데 의지가 되어주는 커다란 버팀목이다.
가족은 가족이다.
위로와 상처,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