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Happy New Year!!!
또다시 시작을 알리는 눈부신 새 아침이 밝았다.
해마다 그 해의 끝에 어김없이 닿게 되는 종착역이 또 한 번 시발역으로 바뀌었다.
다시 종착역까지 가는 동안 배고프지 않게 연료를 충분히 저장하고 중간중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변수들이 심술을 부려도 별 문제없도록 일상검수를 마친 후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시발역에서 출발을 알리는 기차에 늘 그랬듯 올해도 서둘러 몸을 싣는다.
저마다 품고 있는 소망들을 가득 실은 기차는 새로 펼쳐지는 해에도 힘내라 구호 외치듯 기적 한번 크게 울려주고 서서히 바퀴를 구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나는 여행길이지만 모두가 꿈꾸면서 정해놓은 행선지가 다르다 보니 도착하는 곳은 너도 나도 같을 리가 없다.
내가 원하는 곳에 무사히 데려다주겠다는 그 사소한 약속한 번 해 준 적 없으니 엉뚱한 역으로 이끌려 내가 가려던 목적지로부터 살짝씩 이탈해 어긋난들 어찌할까?
그건 모두 슬그머니 무임승차한 우리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을 위해 무작정 올라 탄 이 열차가 어디로 실어다 줄지 가다가 한 번씩 쉬게 되는 간이역에서는 어떤 일들이 전개되어 나아갈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채로 어딘가 닿게 될 종착역을 향해 그렇게 또다시 시작의 문을 열어본다.
지난밤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TV를 통해 뉴욕의 타임스퀘어(Times Square in New York )에서 터트리는 새해 폭죽쇼를 보았다.
한국에 살 때도 보신각 종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그 추운 겨울 덜덜 떨어가며 수많은 인파 속에 파묻혀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편하게 TV에서 보면 될걸 "왜?" 했었는데 그곳도 다를 것이 없다.
카메라에 얼굴이 찍히려면 도대체 언제부터 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잘도 해낸다.
물론 특별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그곳까지 발품 팔고 나선 그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리고 함께 있다는 연대 속의 소속감 때문이었을까? 모두 다 행복한 표정이다.
이때만 되면 생각나는 기억이 하나 있다.
오래전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Working Holiday Visa)로 홀로 이곳에 와서 1년 동안 일하던 젊은 아이가 있었다.
비자가 끝나고 한국 돌아가기 전에 타임스퀘어에 가서 새해를 맞이하는 게 자신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했다.
눈에 띄도록 팔을 높이 들어 손을 흔들 테니 TV에서 자신을 꼭 찾아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눈을 크게 뜨고 어딘가에서 자신이 왔음을 알리려 팔을 크게 뻗치고 손을 흔들고 있을 그녀를 보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어 그 속에서 그녀를 찾지는 못했다.
과연 그 아이는 자신의 꿈대로 그곳에 갔을지 그런 희망이라도 품고 이 먼 곳까지 일하러 와서 젊은 날의 자신의 삶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던 그 작은 소망을 이루고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갔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다.
그저 그녀의 수첩에 적혀있던 여러 버킷 리스트 중에 "타임 스퀘어에서 새해맞이"라는 목록은 이제 지워졌을 거라고 상상해 볼 뿐이다.
지난해와 오는 해를 모두 아우르는 새해맞이 TV 쇼가 끝나갈 무렵 2023이라 찍혀 있던 낡은 옷은 과감히 벗어던지고 어느새 2024라는 새로운 로고가 반짝반짝 박힌 새 옷으로 얼른 갈아입는다.
Happy New year!!!
또다시 새 아침이 밝았다.
내게 다가온 새해를 환영하면서 맞이하고 아들내외와도 그리고 시차는 다르지만 부모님께도 새해 인사와 안부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시작된 새로운 시간이 벌써부터 째깍째깍 소리를 내면서 흐르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헐벗어 추워 보였던 앙상한 나뭇가지들도 아름다운 눈꽃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탈바꿈한 채 깨끗하고 산뜻해 보이는 새해아침
몽글몽글 내 가슴속에서 물방울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작은 소망들도 어느 날인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해를 머금으면서 오색 찬란한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하겠지만
아직은 모든 게 다 그대로인 채로 하루가 그리고 한 해가 또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