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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몰토크 Dec 14. 2023

12월의 화려한 불빛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열심히 달려온 올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저녁이면 집집마다 지붕에 주렁주렁 나무에는 대충 둘둘 말린 오색 전등이 깜빡깜빡 빛을 발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Halloween Day의 이상 야릇한 보기에도 흉측한 장식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꾸며놓던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새로운 시즌으로 갈아타고 이번에는 전구 달린 사슴 모형을 세워 불을 밝힌다.


온 세상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잔뜩 안겨 줄 듯한 인자한 얼굴로 호호호 웃고 있는 산타할아버지 풍선 심지어는 우리가 성당이나 교회에서 보았던 아기 탄생을 의미하는 구유도 만들어 놓고 집 앞에 펼쳐지는 연례행사의 데코에 열을 올린다.


집집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 호화롭게 꾸며 놓느라 동네 전체가 빛이 난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집을 관람해 보세요" 광고하듯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 놓는 집이 있다.

혹시~ 이 집은 "관종"인가?


집전체가 전등으로 수를 놓은 듯이 수많은 빛들이 하늘의 별처럼 벽을 타고 쏟아져 내리고 선물보따리 모양의 장신구들은 문옆에 벽에는 리스를 땅에는 조명등을 심어 밝혀 놓으니 모두가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인다.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춰주는 불빛들의 유혹에 빠져 지나는 사람이나 차들이 저도 모르게 나오는 경탄(驚歎)의 소리를 삼키며 그 훌륭한 걸작을 구경하느라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듯 정성이 가득해 보이는 이 풍광을 바라보다 보면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저 아름다운 걸 만들기 위해 저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인 걸까?

어차피 짧은 시즌 동안이라 금방 지나가버릴 거고 공들인 보람도 없이 철수해야 하는 허탈함을 감수하면서 까지 뭘 위해서? 누굴 위해서? 저리도 번거로운 일을 하면서 애를 쓴 거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나 같은 감정미숙(感情未熟)인은 절대 이해불가(理解不可)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멋진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 그리고 그것을 우리 같은 관객들이 미술관에서 감명 깊은 명화(名畫)를 감상하듯 만족스럽게 봐주는 것만으로도 만드는 동안의 힘든 시간을 보상받는 짜릿함을 그들은 이미 느꼈을 것이다.

그게 그들이 살을 에는 바깥 추위를 견디며 몇 날 며칠 공을 들인 이유가 아닐까?


우리도 다른 이들처럼 집 밖까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들도 오고 하니 크리스마스를 만끽하려면 집 안이라도 흉내를 내 봐야겠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츄리를 위해 진짜 전나무를 파는 곳들이 시즌 동안만 임시로 문을 열기도 한다.

자연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걸 사다가 장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그 해가 지나면 아깝게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니 썩지 않는 PVC 재질의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모형으로 대신한다.


지난해 쓰고 역할을 다했으니 먼지 나는 지하실 어딘가에 처박아 놓았던 모형 전나무와 오너먼트를 해마다 요맘때가 되면 다시 찾아 꺼내온다.

항상 대문 옆에 세워 문을 열면 바로 보였는데 올해는 소파 바로 옆으로 자리를 바꿔보기로 한다.

자리만 바꾸어도 새롭다.


작은 전구들이 달려있는 줄을 남편이 큰 팔을 휘두르며 나무 모양에 맞게 빙빙 둘러주고 나면 점등식을 하듯 하나 둘 셋 하고 불을 켜본다.

짜잔~~! 

전구에서 나오는 반짝거리는 빛들로 환해지면서 갑자기 집안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바뀐다.


이것 자체 만으로도 꽤 근사하다.

그래도 뭔가 서운한듯하니 동글동글 장식볼도 조잡하지 않도록 몇 개만 간단하게 달고 나면 제법 훌륭한 크리스마스 츄리가 완성된다.

"그래 이거지!... 역시 크리스마스엔 츄리가 있어야 느낌이 살아!..."

꽤 귀찮은 일이라고 투덜대면서도 이 맛에 해마다 남편과 나는 이 작업을 반복한다.


이제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아들내외가 온다.

아이들 침구도 빨아야 하고 집안 청소도 좀 해야 하고 할 일은 많지만 늘 그렇듯 달력을 보면서 설레고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거라 뭘 하지? 올해는 어디로 가볼까? 무엇을 만들어 먹을까? 

내가 어린아이가 되어 신이 난다.


사실상 겨울이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도로사정 때문에 시내 말고는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저들이 말하는 특별행사(?)로 여름에는 골프 마니아들이 라운딩을 즐기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쉬고 있는 드 넓은 골프장에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곳곳에서 라이트쇼를 펼친다.

별로 특이한 것 같지는 않지만 추운 겨울에 갈 곳 없는 많은 이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보곤 한다.

 

작년에 우리도 한번 가보자 하고 갔는데 차를 타고 돌다 보니 금방 돌아 나와 허무하기 그지없다.

"혹시"했지만 "역시"였다.

너무 짧게 끝나버린 외출로 뭔가 아쉬워진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집들은 어떻게 장식을 해 놓았나 보고 싶어 그냥 차를 탄 채로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배회를 해 보았다.


관심 없이 지나다녀서 몰랐는데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어떤 집은 주차장 앞에서 빔을 쏘아 마치 영화관처럼 벽에 색색깔의 뭔가 날아다니는 듯하기도 하고 붕붕 떠다니는 것 같기도 머리 쥐 나게들 신경 써서 만들어 놓았다.

뭐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실제로 라이트쇼가 열리던 그곳보다 오히려 여기서 더 라이트쇼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아이들이 말해 "그러게" 하면서 모두 웃은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이 되면 여기저기서 화려한 불빛들이 세상을 비춘다.

한국의 백화점들이 전광판에 불을 밝히며 아름다운 장식들을 꾸미듯 쇼핑몰에 가면 선물 사러 들른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들려오는 캐럴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추석이나 설명절에 대 이동을 하듯 크리스마스엔 모두가 휴일이라 헤어져 있던 식구들도 하나둘 모여든다.

오롯이 가족들과 모여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고 선물도 교환하고 크리스마스 츄리에서 뿜어 나오는 빛들로 웃음꽃 피우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풍성한 연말을 모두 함께 즐긴다.


문 닫은 상점들만 불을 끈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가족들과 보내느라 인적이 뜸해진 거리는 제자리에 꼿꼿이 서있는 가로등에서 쏟아지는 불빛들로 그 길을 계속 밝혀주니 여기저기 환한 12월은 꺼지지 않는 화려한 불빛들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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