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인생 제2막의 시작)
나는 2016년 7월에 영업직을 처음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매우 어린 나이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확고한 목표라는 걸 세우고 쉼 없이 한길만 보고 달려왔기에 목숨을 걸었다는 표현이 과분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고 진심이었다. 하지만 군 전역을 한 이후 사회에 나왔을 땐 정말 냉담한 현실이었고 상황상 계속 꿈만 좇는 음악만 하며 막연한 하루하루를 보낼 상황이 아니었기에 굳게 마음을 먹고 진로의 방향을 틀었다. 진로를 변경할 때 스스로 했던 다짐이 아직도 생생하다. 10년가량 해왔던 음악을 내려두고 새로운 걸 도전하는데 고작 3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회사에 들어가는 건 내 자존심이 용납을 못했고, 무조건 내 결정이 납득이 될 만큼의 돈을 버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중 하나가 영업직이었고 주변에서 걱정과 진심 어린 조언들을 많이 해줬지만 나는 그때도 위에서 얘기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패한 사람의 조언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의 조언은 귀를 닫고 절대적으로 무시하자’ 물론 선의의 마음에서 해주는 얘기들이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저런 신빙성 없는 한마디 한마디가 결코 달갑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원래 성향 자체가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인지라 처음 시작할 때 걱정은 크게 없었다. 왜냐면 이걸 시작해서 얻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 봐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사나 사업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서 망했을 때 돈을 잃고 빚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잃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해봐야 그간 쏟았던 시간 정도라고 생각했고, 그 시간과 경험 또한 다른 형태의 일을 할 때 분명 긍정적인 형태로 작용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국 잘되면 좋은 거고 안 돼도 살면서 필요한 경험이니 손해 볼 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과는 다행히 좋았고 내 나이에 과분한 돈도 많이 벌었다. 영업이 정말 쉬웠다. 무엇보다 큰 스트레스가 없었던 이유는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이 매우 정확했다. 음악을 했을 땐 이번달에 열심히 했다고 다음 달에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인맥과 운이 따라줘야 하고, 노래를 잘해도 리스너들의 취향이 다 다양하기에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대중들이 생각하는 기준도 모호했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라고는 하지만 운에 매우 의존해야 하는 느낌이었다면 영업은 이번달의 나의 노력이 다음 달의 급여로 바로바로 나타나졌기에 스트레스가 없었다. 급여가 낮은 건 내가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고, 급여가 높은 건 내가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이기에 누구 탓을 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육체적으로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지 머리가 힘들고 고민이 많아지는 건 걷잡을 수 없이 힘들었기에 나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정답에 가까운 정도라는 건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 또한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는 정답에 가까운 정도는 있다고 본다. 그것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꿈의 크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직업에서의 꿈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다. 꿈의 크기가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해결이 되니 그런 사람에겐 그 이상의 돈을 벌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오지랖이고 반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꿈의 크기가 큰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은 돈으로 해결이 되니 그런 사람은 그 액수의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런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제일 문제는 꿈의 크기는 큰데 정작 하는 일은 그것과 상반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걸 바로 ‘어불성설’이라고 하지 않는가. 애초에 꿈의 크기를 낮추거나 꿈에 부합하는 일을 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데 모순인 사람들을 보면 분명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속도보단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