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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버스 Dec 03. 2022

업무보다 힘든 출퇴근

주 5일 러시아워

요즘은 업무보다 출퇴근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업무도 머리가 아프고 힘들지만 출퇴근을 따라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늘 있어왔던 일이고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경기도에 거주하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하건 한 시간은 기본입니다. 친구를 만나도 회사에 가도 놀러 가도 기본 값이 한 시간, 운이 좋으면 좀 더 짧아지고 재수가 없거나 교통이 안 좋으면 좀 넘어가기도 합니다.


보통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하면서 어딘가로 이동하는데, 각각의 도착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버스는 당연히 불규칙적으로 오고 제시간에 올 것 같은 지하철도 제때 오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출퇴근의 힘듦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업무에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출근은 업무를 보는 동안의 컨디션에 영향을 끼치고, 퇴근은 휴식에 영향을 끼칩니다. 출퇴근이 고된 날에는 업무도 휴식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마냥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문제 수습은 자연스레 멀쩡한 날의 나에게 맡겨집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변수가 연달아 추가돼서 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지하철 태업과 파업, 장애인 시위가 지하철 시간표에 많은 영향을 끼쳐서, 출퇴근 시간이 굉장히 불규칙합니다. 저번 주에 퇴근할 때는 역에 있는 전광판에 10 정거장 전이라고 떠있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평소에는 3 정거장 이상을 본 적이 없었던 지하철입니다. 제가 잘못 본 줄 알고 몇 번을 다시 보고 지하철 어플을 켜서 재확인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40분을 기다려서 타고 갔습니다.


지하철 체감 온도


지하철 온도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사람이 많은데 히터를 튼다거나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온도가 높아지면 땀이 나서 진이 빠지고는 합니다. 그래도 퇴근할 때는 집 가서 쉬면 되니까 괜찮은데 그게 출근길이라면 그날은 고통스러운 하루 확정입니다.


가끔은 지하철에 앉아갈 때도 있기는 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지하철이 따닥따닥 붙어서 올 때, 운이 좋으면 앉아서 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그나마 체력이 보존되니까 출근했을 때 상태가 나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요즘은 출근길이 하루에 영향이 큰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도보로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으니 지하철에서 힘이 빠지면 많이 곤란합니다. 이 도보도 시간대가 잘 맞으면 버스로 해결이 가능할 때가 있습니다. 운행하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는 버스고 출발지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버스가 오지 않아서 난감하게 느껴집니다.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되도록 타려고 하는데 가끔 버스가 없으면 한시가 급하니 그냥 걸어가고는 했습니다. 그나마 운동을 좋아해서 걷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지금은 땀이 잘 나지 않는 날씨니까 괜찮은데, 여름에는 어떻게 다녀야 할지 살짝 막막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 이 회사에서 여름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매일 아침 걷는 도보 길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는 희한하게 2차선 도로에 신호등이 많은데, 차도 없는데 2차선밖에 안 되는 신호등을 기다렸다가 건너려니 속이 터집니다. 아침에도 차가 별로 없어서 신호등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데 왜 만들어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신호가 짧지도 않아서 도보 20분 중에 대기만 5분은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 너무 아까운 시간입니다.


이 와중에 요즘은 업무도 힘들어져서 출퇴근만큼 힘들어졌습니다. 마음만 편하게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지금 상황, 출퇴근은 어쩔 수 없지만 업무라도 조금 편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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