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요양을 제대로 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관해 작년 2월, 인터넷뉴스에 4회를 연재했었다. 그런데,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2회를 마치고 3회를 쓰기 전,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떨어져 조금 다쳤다.
한겨울인 1월 말이었는데 얼음팩 몇 개를 계속 갈아가며 일단 붓지 않도록 했다. 문제는 신문 연재 기사였다. 침대에 누워서 종이에 대충 끄적여 쓰고, 한눈에 알기 쉽게 표를 만들어 설명을 추가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 컴퓨터 작업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생은 알아보기도 힘든 글씨를 보며 컴퓨터 작업을 해 주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것이 3번째, 4번째 기사와 몇 개의 표들이다.
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 친구들이 오면 라면도 끓여 주고, 볶음밥도 해 주곤 했는데 한 살 아래인 남동생은 친구들에게 나를 ‘누나’ 아닌 ‘누님‘이라 부르게 할 정도로 끔찍하게 생각했다. 아래의 표들은 나와 동생이 만든 합작품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표이니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신문기사를 쓸 때는 정확성이 가장 중요해 팩트체크(사실확인)가 꼭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내용은 외울 정도로 여러 번 확인했다. 또, 블로그 이웃인 분홍빛재가복지센터 엄재민 대표의 도움이 가장 컸다.
분홍빛재가복지센터 엄재민 대표는 젊다. 지방 대학에 진학했었으나 집안 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한 후, 생산직에 종사하다 25살에 작업치료학에 다시 도전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대학을 졸업한 후, 9년간 재활병원 등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했다. 그런데, 골절됐던 손목 통증이 심해져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방문요양센터를 운영 중이다. 엄대표에게 한 달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 이메일을 보내 물어보았다.
엄마를 간병하면서 6개월 후에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알게 되어 신청했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엄마를 좀 더 편히 모실 수 있었다. 거동이 힘들거나 몸이 불편한 65세 이상 어르신과 65세 미만이라도 치매, 파킨슨, 뇌혈관질환 등 노인성 질환이 있다면 빨리 요양등급을 신청해 놓는 것이 좋다. 갑자기 필요하게 될 수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온라인으로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해 판정을 받으면 본인 부담이 15%로 줄어든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무료이다. 신청이 어려울 경우, 건강보험공단에 보호자가 직접 방문하거나 재가복지센터에 의뢰하면 대신해 준다.
2주 정도 후,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방문해 엄마의 심신상태를 체크했다. 코로나 때라 방문이 어려워 평소보다 좀 더 시간이 걸린 듯했다.
등급은 1등급부터 5등급, 인지지원등급(치매 등급)이 있어 높은 등급일수록 혜택을 많이 받는데, 여간해선 1, 2등급을 받기 어렵다. 환자의 거동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데 정보를 모아 보니, 아무리 말기암 환자라 해도 1등급 받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보통 3등급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직원이 체크하러 올 때면 증상이 없어 등급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아주 큰 재가복지센터의 경우 사회복지사를 보내 등급 잘 받는 팁을 주기도 한다. 엄마의 경우, 심사를 받을 당시 가장 악화된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간병자인 내가 약간의 동정표도 받은 거 같다. 간병하느라 내 인생 몸무게의 최하까지 빠졌었다. 직원은 나를 동정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며 “빨리 시설에 모셔야겠네요.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를 이메일로 보내 주세요” 라며 갔다.
시설에 갈 수 있는 등급은 1등급, 2등급뿐이다. 나는 속으로 그중 하나는 나오리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단서를 병원에서 받아 얼른 이메일로 보냈다. 한 달가량 지나 1등급 판정의 장기요양인증서와 복지용구급여확인서를 받았다. 엄마와 나는 마치 시험에서 1등 한 것처럼 오랜만에 크게 기뻐하며 환호했다.
모든 등급은 지정업체에서 복지용구를 대여, 구입할 수도 있었다. 축 늘어진 엄마를 침대에서 일으키는 게 가장 힘들었기에 당장 병원에서 쓰는 리모컨으로 조절하는 전동침대부터 대여했다. 뜯지도 않은 새 전동침대를 갖다 주었다. 본인 부담은 15%뿐이었다. 대여료를 한 달에 만원만 내면 되었다.
전동침대 외에도 필체어 등 대여나 구매할 수 있는 복지용구가 많으며, 기저귀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돈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1,2 등급은 요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급여와 집에서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을 받을 수 있는 재가급여 중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차이점이 있다. 의사의 치료가 필요할 경우 요양병원을 이용하는데, 건강보험으로 적용을 받는다.
요양원은 의사가 촉탁의로 간단한 진료만 해 주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요양원은 요양등급 1,2등급을 받은 수급자가 돌봄 서비스를 받는다. 3~5등급은 사유와 의사소견서 및 진단서 등을 공단에 제출해 승인되면 이용할 수 있다. 최초 심사 신청 시 재가, 시설 모두 원한다고 요청하는 것도 좋으며, 등급변경 신청을 해서 심사를 다시 받을 수도 있다.
엄마는 시설급여가 아닌 재가급여를 선택했다. 재가급여의 가장 큰 도움은 요양보호사가 와서 돌보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가족 중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족이 돌보며 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 보호받는 환자가 요양등급을 보유하고, 수발하는 가족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하면 가족요양이 가능하다.
가족요양 대상자가 치매환자일 경우에는 반드시 치매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2023년의 경우, 일 60분씩 월 20일 서비스가 가능했으며, 만 65세 이상의 배우자가 케어한다면 하루 90분씩 매일도 가능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대해 교육원에 문의했더니 이론 80시간, 실기 80시간, 실습 80시간 총 240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하므로 주간반은 1달, 야간반은 2달 정도 걸리며 현장실습 교육이 필수라고 했다. 만약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있다면 50시간, 간호사는 40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2023년 12월부터 개정된 사항이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2024년부터는 320시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240시간의 수업과 80시간의 실습을 요한다.
교육비는 교육원마다 다르나, 국민 모두에게 발급 가능한 고용노동부의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해서 전액이나 일정 부분 국비지원의 혜택을 받으면 자비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2023년부터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이 컴퓨터 기반 시험(CBT)으로 바뀌었다. 온라인으로만 접수 가능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접속해 자격증시험에 응시하면 된다.
나의 경우, 엄마 곁에서 잠시도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달 동안 교육받는 건 불가능했다. 미리 자격증을 취득해 놓았다면 급여를 받으며 엄마를 간병할 수 있었다. 요양보호사는 주말에는 거의 다 쉬기를 원한다. 주말이라도 내가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국시원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평균 합격률을 찾아보니 2019년 기준 87.3%였다. 무난하게 취득할 수 있다.
분홍빛재가복지센터 엄재민 대표는 가족요양의 경우, 일반 요양보호사의 시간당 급여보다 많으며, 센터마다 다르나 대략 시간당 13,000~20,000원이 된다고 했다. (2023년 기준)
가족요양은 요양받는 가족은 본인 부담금 15%를 센터에 내고, 요양보호사는 급여를 센터에서 받는다. 가족 중 아들, 딸, 형제, 자매,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 등 폭넓은 가족의 범위이며, 월 160시간 이상의 정규직 근로자는 제외된다.
그런데, 자격증 있는 가족은 없었고, 엄마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 취득하기엔 이미 늦었었다. 미리 가족요양에 대해 알았더라면 준비를 했을 텐데 아쉬웠다. 요양보호사 구인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다음은, 가족요양의 개선점에 대한 나의 의견이다.
첫째, 우리는 주로 가족이 환자인 부모나 배우자를 케어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요양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려서 가족이 충분한 수당을 받고 환자인 가족을 케어할 수 있었으면 한다.
둘째, 가족이 급하게 환자인 가족을 케어해야 할 경우가 많다. 따로 가족요양보호사라는 명칭을 두던가 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시 교육 이수 기간을 단축해 가족요양의 기회를 많이 주었으면 한다.
아래는 분홍빛재가복지센터 엄재민 대표의 연락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문의사항, 요양보호사 구인 시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공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