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증 소지자인 요양보호사
작은 배려가 상대방에게 큰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작은 무관심이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엄마는 요양보호사로부터 기쁨과 상처 모두 받았다.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 소지자이다. 국가자격증 소지자라면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하며, 수급자와 가족 또한 요양보호사를 존중해 주어야, 비로소 국가자격증의 의미가 새겨질 것이다.
생이 얼마 안 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자기 집에서 생을 마치고 싶어 한다. 간암말기 폐전이 판정을 받은 우리 엄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나의 경우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 가능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가족이 간병하는 것은 어려움과 고통의 시간이다. 싫다고 그만둘 수가 없다.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보살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가족요양으로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가족요양의 경우, 일 60분씩 월 20일 가능해 대략 월 40만 원 정도를 받으며, 만 65세 이상의 배우자는 하루 90분씩 매일 가능해 월 8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가족요양을 하더라도 요양보호사가 돌봄을 분담해 줄 수도 있다.
브런치의 김승월 작가는 남자분이지만, ‘나답게 내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올 2월에 땄다. 수업 과정을 자세히 적었는데, 심폐소생술과 심장 제세동기(AED) 실기 수업 등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한다.
10년간 치매 시어머니를 돌보며 엉겁결에 취득했던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생각지도 못했던 요양보호사라는 제2의 인생을 만들어 준 브런치의 드망 작가도 있다.
시어머니와 끝내 풀지 못했던 마음의 상처를 요양원의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서 치료받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따뜻하게 배웅해 드리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해 등급을 받으면 요양보호사 방문 서비스 등의 재가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본인 부담이 15%로 줄어든다. 1~2등급은 시설(요양원), 재가 급여 선택이 가능한데 엄마는 재가급여를 선택했다. 어느 곳에도 가고 싶지 않아 했다. 가족에게 버려지는 느낌일 것이다.
재가급여는 하루 3시간(1,2등급은 4시간)까지 가능하고 등급별로 월 한도액이 있어서 1등급은 하루 네 시간씩의 경우에는 27일이 가능했다. 그 외 추가 시간을 원하면 개별급여로 책정해야 하며, 주말에는 추가수당도 있다. 우리는 평일 네 시간씩으로 정했고, 15%만 부담이라 한 달에 25만 원 정도 부담했으니(2021년 기준) 많이 절약이 되었다.
재가급여에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센터 이용, 단기보호센터 이용, 복지용구 대여, 구입 등도 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이 가장 절실했던 건 바로 엄마의 목욕이었다. 거동을 잘 못 하니 부축하면서 씻겨야 하는데, 엄마가 어지러워서 쓰러진 적이 있다. 나 혼자 힘으로 일으킬 수가 없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요양보호사 구인이 안 될 때, 요양보호사 2명이 주 1회 집에 와서 30~60분 정도 목욕도움을 해주는 재가급여의 하나인 ‘방문목욕’을 고려하기도 했다.
요양보호사의 24시간 서비스를 받는 입주요양서비스도 고려해 보았었다. 등급별 가능한 하루 3~4시간 외는 보호자와 비급여(개별급여)로 협의하여 정해졌고, 1등급의 경우, 개별급여를 합하면, 대략 부담이 월 260~290 만원 사이였다.( 2021년 기준) 휴무는 보통 주 1회라 했다.
요양보호사 구인은 기저귀 케어를 해야 하는 1등급 환자인 데다가 양주시 외곽까지 와야 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면접을 했는데 60대의 상냥한 분이었다. 나도 엄마도 마음에 들었다.
요양보호사가 오는 시간은 우리가 정할 수 있다. 아침 9시부터 한시까지로 했다. 요양보호사가 원래 식사 준비까지 하나, 엄마는 항암을 중단하고 자연요법으로 많이 좋아졌기에 식사는 전부 내가 미리 준비해 두었다. 9시가 되기 전 집을 비워 주었다. 요양보호사가 편히 일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숙련된 요양보호사는 혼자서 엄마 목욕도 잘 씻기나, 보통 뮥욕시키는 날은 나도 함께 했다.
엄마 방 청소와 세탁기로 엄마 빨래를 돌려 널고 서랍정리등만 하면 되었으니 별로 큰 일은 할 것이 없었다. 엄마를 모시고 나가 대부분의 시간은 걸음마 연습을 하며 말벗으로 시간을 보내 주었다. 말벗을 해주는 요양보호사의 따뜻한 마음은 엄마를 기쁘게 해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나는 시간 여유가 생겼다. 더욱 다행스러웠던 건, 엄마를 부축하다 왼발목뼈가 골절돼 한 달 동안 깁스를 했는데 요양보호사가 엄마를 돌봐 줄 수 있었다는 거다. 요양보호사는 보호자를 대신해서 병원에도 같이 가준다.
그런데, 2월 말부터 요양보호사가 오기 시작해서 엄마가 돌아가신 5월 말까지 3개월간 요양보호사가 네 번 바뀌었고 일한 기간은 전부 합해 두 달 정도였다. 엄마가 마음을 줄 정도로 좋은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의 작은 무관심이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엄마는 요양보호사들이 집에 갈 때면 꼭 텃밭에서 키우던 야채들을 한 바구니씩 가득 챙겨 보내곤 하며 마음을 많이 주었다.
첫 번째 요양보호사는 평일에는 요양보호사일을, 주말에는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보통 하루에 두세 군데 방문요양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대부분이다. 일주일이 되었을 때인데, 일하는 식당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코로나가 아주 심할 때인데 중환자를 케어하는 요양보호사라면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식당 일은 자제했어야 했다. 엄마가 감염되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 주간의 격리 기간을 기다려줄 수가 없어 또다시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애써 마음을 열었었다. 환자는 심신이 아주 미약한 상태이다. 타인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도 쉽게 받는다.
오랜 시간이 걸려 두 번째 요양보호사를 겨우 구했다. 두 번째 요양보호사는 한 달 급여가 백만 원은 될 수 있도록 추가 시간을 채워 달라고 아예 처음부터 요구했다. 다 채워 주었는데 한 달가량 되었을 때 연락도 없이 안 왔다.
세 번째 요양보호사는 정성을 다해 엄마를 보살펴 주었다. 변비가 심한 엄마를 위해 매일 케겔 운동 등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게 하고, 글쓰기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해 왔다. 중간중간 내게 카톡으로 상황 보고도 자세히 해 주었다.
그런데, 이주일 후, 팔목관절에 이상이 생겨 못 온다고 통보를 하고 다음날부터 안 왔다. 엄마는 충격이 컸고 나 또한 아쉬움이 컸다. 요양보호사들은 급여도 일한 날짜만큼 계산해 주는지라 더 쉽게 결정하는 거 같았다.
엄마가 모자에 네잎클로버를 달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요양보호사가 찍어 보내준 적이 있는데 핸드폰 저장량이 모자라 삭제할 때 다 없어져 버렸다. 혹시 사진이 있나 얼마 전 카톡을 보냈는데 몇 년 전인데도 아직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마지막 요양보호사는 첫 번째 왔던 요양보호사가 연락이 닿아 다시 오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처럼 너무 좋아하며 기다렸다. 그 요양보호사는 여전히 하루에 세 군데 방문요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곳은 세 시간 동안 집 전체 청소만 하라고 하고, 다른 한 곳은 모든 가족의 식사 준비와 빨래를 시킨다고 했다.
수급자의 가족은 요양보호사가 도우미가 아닌 국가자격증 소지자이며, 돌봄 범위는 수급자만임을 꼭 명심해야 한다.
1주일 정도 되었을 때인데, 앞으로 일주일만 더 온다는 뜻밖의 통보를 했다. 방문 요양 일이 너무 힘들어 요양원 버스 기사에 대기 신청해 놓았는데 연락이 왔다고 했다. 엄마는 또 상처를 받았고, 요양보호사는 남은 일주일은 그냥 시간만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일 초 일 초 마음을 다해도 엄마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텐데…
걱정이 되었다. 왠지 불안해 마지막 날은 그냥 오지 말라고 하고 내가 엄마와 함께 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엄마가 돌아가셨다. 지금 생각해도 엄마의 마지막을 내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분홍빛재가복지센터 엄재민 대표는 우리 집에 여러 번 와서 엄마를 살펴 주었었다. “대부분 호전되려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어르신이 많지 않은데, 의지가 강했던 부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고 했다.
눈물이 또 나온다…
나는 요양보호사와 관련해 이런 개선점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재가센터장은 수급자와 가족에게 요양보호사의 돌봄 범위는 수급자만임을 미리 잘 인지시킨다.
둘째, 요양보호사가 1,2등급의 힘든 어르신을 케어할 경우, 또는 외곽지로 출퇴근해야 할 경우에 추가 수당을 제공해 일하기 쉬운 등급과 장소만 골라 가지 않게 한다.
셋째, 요양보호사의 추천제도를 활용했으면 한다. 수급자나 가족이 요양보호사 근무 후에 추천을 해주면 가산점을 주거나 수당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요양보호사 선택 시에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넷째, 일정 기간의 의무 근무 기간을 정하고, 그만 두기 최소 며칠 전 통보 의무가 있었으면 한다. 무책임하게 그만두는 것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