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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월 Mar 20. 2024

나답게 내 인생을 마무리하려면

요양보호시설 알아보기

“요양원 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요즘 문상 가서 종종 듣는 말이다. 장모님도 요양원에 계시다가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지금은 요양시설에서 살다가 삶을 마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나나 내 가족이 힘들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게 된다면 어디로 가야 좋을까. 떠올리기 싫은 문제지만 정면으로 마주할 날이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코로나 시절, 타 방송사 다니는 분이 줌강의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준비한다는 말에 솔깃했다. 수강료는 '내일 배움 카드'로 정부 보조를 받는다며 권했다. 가족 누군가가 몸이 불편해져 등급판정받으면, 지원급여받으며 '가족요양'할 수도 있단다. 보험 삼아 따 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포구에 있는 성산요양보호사교육원을 찾았다.


 저녁반 수강생은 40명. 여자들뿐일까 봐 신경 쓰였는데 남자가 10명이나 되었다. 50대가 가장 많았는데 54년생인 나보다 한 살 많은 남성도 있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면 교육원에 등록해서 240시간의 수업과 80시간의 현장실습을 받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교육원 강사는 전직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강의 내용은 간호를 비롯하여 식사, 배설, 개인위생 및 임종, 치매어르신의 이상 행동에 대한 대응 등 내 나이에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이었다. 특히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AED) 실기 수업은 소중한 체험이었다.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현장실습은 마포구청 뒤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했다. 어르신 270명을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195명이 돌보고 있다. 요양원이라면 으레 비좁고 우중충할 줄 알았는데, 공간이 시원하고 깨끗했다. 물리치료실, 작업실, 강당과 같은 각종 시설도 번듯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시설이 웬만하니, 신청자가 줄을 서나 보다. 2년에서 2년 반쯤 대기해야 들어올 수 있단다. 다른 시립 요양센터도 대기 기간이 비슷하다.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내부

  어르신 대부분은 치매다. 한 없이 '섬마을 선생님'을 노래하는 분, 끝없이 배회하는 분 같은 치매 어르신들이나, 종일 침대에서 지내는 분들도 계셨다.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살다 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최미경 사무국장에게 어떤 분이 요양원에 오면 좋을지 물었다.

 “인지 능력이 있으시고 혼자 생활이 가능하시면 자기 집에 있는 게 좋죠. 치매가 있으면 집에서는 돌보기 어렵습니다, 거의 1대 1로 어르신을 돌볼 수 있으면 치매 증상이 있어도 가족들이랑 사시는 게 괜찮지만, 치매 증상이 아주 심하시면 가족분들이 돌보시기가 불가능해요. 요양원에 오셔야죠.”


  모든 노인은 가족의 보살핌 속에 자기 집에서 생을 마치고 싶어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을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가족>이 돌보면 지원해 주는 ‘가족요양인보호사제도’가 있다. 자식이 부모를 1일 60분 돌보면 월 40여 만원, 부부가 배우자를 1일 90분 돌보면 월 80여 만원을 받게 된다.

최태자 박사와 김승월

 하지만 가족의 돌봄은 쉽지 않다. ‘수발에는 교과서가 없다'라는 일본 책을 번역한 성산요양보호사교육원 원장 최태자 박사의 말이다.

 “타인을 돌보는 것은 교과서라도 있지만 내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교과서대로 가지 않아요. 가족요양이 어려운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요양보호사는 8시간 일하고 퇴근하면 되지만 내 남편, 내 부모 요양은 싫다고 그만둘 수가 없어요. 그 속에는 사랑도 있지만, 어려움과 고통도 많아요, 특히 ‘노노(老老) 케어’는 더 힘들죠. 옛날에는 노인학대의 가장 많은 행위자가 ‘아들’이었는데 최근에는 배우자에 의한 노인학대가 가장 많습니다. 노노케어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명숙 성산노인복지센터

 성산노인복지센터(데이케어)에서도 실습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르신들을 돌보는 시설인데 주대상은 4등급, 5등급 어르신이다. 규모는 요양원보다 작지만, 어르신들의 상태가 요양원보다 나아서일까. 어르신끼리 소통이 그런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받은 심명숙 성산노인복지센터 시설장의 말이다.

  “치매라도 단편적인 대화는 가능하기도 합니다. 여자 어르신이 남자 어르신보다 대화가 활발해요. 짝꿍처럼, 내 친구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인데 남자 어르신들은 대체로 과묵한 편이지요. 한평생 가족 위해 치열하게 살다가 나이 들어 상실감이 큰 것도 이유 중 하나같습니다.”

 남자 어르신들은 시설 안에서 관계 형성이 서툰 편이란다. 특히 사회적으로 고위층에 있던 분일수록 적응이 쉽지 않은 듯하다. 요양시설 입소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서비스하는 분도 거의 여성이다. 프로그램 대부분이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처럼 여성 취향적이다. 남성으로 요양시설에 살기가 고달파 보인다.    

심명숙 성산노인복지센터 시설장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10%는 치매나 거동이 불편해서 등급을 받는다. 등급을 받으면 하루 3시간 정도 요양보호사의 방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데이케어센터, 요양원을 이용할 수 있다. 좋은 요양원 선택조건에 대한 최태자 박사의 조언이다.

  “‘건물’이나 편리한 ‘교통’보다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시스템’이 중요합니다만, ‘사람’과 ‘시스템’은 잘 보이지 않아서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봉사 활동을 하던지 해서 직접 겸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죠.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3년에 한 번씩, 요양시설을 평가해서 홈페이지에 올려요. 선택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영국에서 발간한 <생애말기 돌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좋은 죽음’이란 1) 익숙한 환경에서 2)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3) 가족, 친구와 함께 4) 고통 없이 죽어가는 것이라 한다. 자신의 묏자리를 미리 봐 두는 이는 적지 않지만, 요양시설을 미리 알아두는 이는 보기 힘들다. 심명숙 시설장은 연명치료에 대한 본인의 결정을 '사전의료지시서'로 쓰듯, '사전케어지시서'를 미리 써두길 제안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내 남은 인생을 나답게 마무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내부

 이 글은 MBC 사우회보 2024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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