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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ide up Feb 19. 2024

Hi 똥꼬~잘 있었니? / 친구는 클릭하지 마시오..

반 오십에 처음 가본 항문외과

애기들은 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까르르까르르 웃는다고 한다.

모든 생물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어른이 된 우리는 똥과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똥꼬에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똥꼬의 근육은 청년기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자라면서 피가 날 수도 있어요” 의사 선생님


나의 똥꼬 스토리는 바야흐로 2022년 10월쯤으로 올라간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브라질리언 레이저’를 3개월만(3회) 받아보자며 마음을 먹은 때였다.

유튜브, 블로그 다 합해서 후기만 100개쯤 본 것 같다. 후기에서는 대부분 레이저를 조사할 때보다 레이저 제모를 받기 전 가위로 털을 짧게 자르고, 면도기로 미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으며 한 시간은 훨씬 더 걸린다고 말했다. 레이저를 받은 후에 청결하게 관리를 할 수 있고 가끔 찾아왔던 질염 증상도 없어진다며 적극 추천을 했다.


”나도 어른이니까 이제 소중이까지 잘 관리해 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레이저 제모 예약을 하고, 자가 면도를 시도했었다.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가다가 똥꼬까지 자를 뻔했다. 여기서부터 나의 똥꼬 고민이 시작되었다.


피가 좀 났고 쓰라렸다. 더 이상의 자가 면도는 진행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래 예약했던 병원을 취소하고, 이미 자르기 시작하여 끝장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약간의 눈물을 머금은 채, 면도 서비스가 있는 강남의 유명한 레이저 제모 전문 병원 예약을 진행했다.


면도 서비스 비용은 1회 당 3만 3천 원이었고, 3회 레이저 비용이 70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당히 비싼 금액이었지만 내가 면도를 하다간 소중이와 항문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레이저 제모를 받았고, 이후에 항문에는 조그마한 뾰루지 같은 것이 생겼다.


3회 차까지 레이저 제모를 받은 후에 나는 프랑스로 가야만 했다.


프랑스에서 내 똥꼬는 안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6월쯤  휴지로 꼬꼬를 닦으니 약간의 피가 나왔다.


외국에서 몹쓸 병이라도 걸린 건 아닌지 두려웠다. 똥꼬를 핑계로 한 달간 한국에 들어가 있을 생각을 했다. 결국에는 8월 말에 한국에 들어와 지금까지 있지만 말이다.


한국에 온 뒤로 한동안 꼬꼬에 대해 잊고 있다가 문득 내가 처음 한국에 들어와야겠다고 결심한 ‘항문 검진’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새해이니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오늘 처음 항문외과를 찾았다.


여의사가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병원이었다.


“처음 오셨나요?”

“네”

“그럼 이거 하고요, 뒤에 이것도 작성해 주세요. “


첫 번째  종이는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는 종이였고 두 번째 종이는 겪고 있는 증상이나 복욕하는 약에 대해 적는 종이였다.

두 번째 종이를 보는데 (1)이 증상이 언제 처음 생겼나요? 자세히 적어주세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난 여기에 적었던 브라질리언 제모 얘기와 지난 1년 간 꼬꼬와 있었던 일에 대해 적다가 웃음이 나고야 말았다.


“얼마나 자세히 적어야 하는 거죠(웃음)?”

직원분께서는 종이를 가져가시며 “이 정도면 된 거 같아요.(웃음)”라고 말씀하셨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께서 ‘피가 났던 게 작년이고 5회 미만인 걸로 보아서 항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피가 났을 수도 있어요.’하고 설명해 주셨다.

“나이도 젊으니까 이때까지도 항문은 자라고 성장하거든요.”


’ 내 항문이 아직도 성장 중이라니?!‘ ‘what? Am I still a baby?’

인생에서 처음 듣는 흥미로운 의학 지식에 감탄하며 ‘성장‘이라는 단어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래도 검진은 한번 해볼게요.”


진료실 바로 옆 옆 방으로 간호사분께서 안내를 해주셨고 나는 시술대 위에 옆으로 누웠다.

당연히 바지도 내리고.. 가운데 구멍이 뚫린 초록 천을 허벅지에 약간 걸쳤다.

“ 다리를 가슴 쪽으로 올려보실게요. 원장님 곧 오실 거예요”

순한 강아지 마냥 간호사분의 지시에 따랐다.


그렇게 한 10분 있었나.. “원장님께서 다른 환자 진료 보고 있어서 다리 편하게 내리셔도 되어요.”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무의 상태에서 서서히 반수면 상태에 들어갔다.


두 명 정도의 환자 진료가 끝났을 때쯤 간호사분께서는 옆옆 진료실로 가더니 “원장님 검진 환자 기다리고 있어요.”하고 속삭이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고

원장님은 헐레벌떡 오시면서 “제가 검진하는 걸 까먹고.. 많이 기다리셨죠?”라고 하시더니 곧바로 검진을 시작하셨다.


“휴 하고 한숨 쉬어보실게요. “

“휴 휴.. 휴.. 휴..”


(생략…)


그렇게 휴….. 꼬꼬의 검진이 완료되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 괄약근도 건강하고 깨끗하고 상태가 좋네요.‘하고 말씀해 주셨다.

다만 안쪽에 약간 빨갛고 부은 부분은 염증이 조금 있는 거라 연고 처방과 5일 치 항생제 처방을 내려주셨다.


“앗 혹시 그 뾰루지 같은 건”

“아 맞다!! 다시 누워보실래요?”

“아 여기! 너무 작고 무슨 처치를 하기도 애매하네요. 일단 지켜보죠”

“오옷.. 네 “


결론은 이거다.

나의 똥꼬는 건강하다.


당신의 똥꼬도 안녕하길 바란다.

당신이 어리다면 똥꼬도 성장 중일테니 잠깐 피가 나오는 것쯤은 가볍게 웃으며 넘겨도 된다.



2024년 내 똥꼬도 성장 중인데 다른 부분에서의 성장도 기대해 본다.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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