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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ide up Jun 28. 2023

프랑스 헬스장에서 건장한 흑인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북한에서 왔어 1부 / say “hell, no”

10일 전의 이야기.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2명의 친구와 8일간의 여행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5월 30일, 프랑스 리옹에서 안시 가는 버스 안.

2시간 내내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눈물을 흘리기 2일 전, 헬스장에서 한 흑인 남성을 마주쳤다. 동네에 몇 없는 헬스장 중에서 특히 이 헬스장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편이다.


오렌지 색의 'basic fit'로고는 유럽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다. 헬스장 등록 시 나누어주는 basic fit 가방도 유럽 전역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이 기구를 이용하고 있어서 그 옆에서 기다리거나 서로 번갈아가며 운동을 한다. 그날은 등 운동이 하고 싶었어서 '이용하는 사람이 있나' 하고 그 기구 쪽을 쳐다보는데 이미 이용 중이었던 한 흑인 남자가 바꾸어서 진행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3세트로 해당 운동을 마무리하고 지옥의 계단을 오르러 자리를 이동했다. tmi : 1세트 당 10개만 하는 사람 = NA


그런데 그 흑인 남자가 따라오더니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운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라고 말했다. 평소와 다르게 짧게 지옥의 계단을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이제는 계단 위에서 말고 삶 위에서 지옥의 시간이 어느 정도 지속될 거라는 예견이었을까.


"I just want to be a friend with u. Do u have a boyfriend?"

기구에서 내려오자, 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남자친구가 있니?

친구가 되고 싶다면서 남자친구 유무를 묻는 것부터가 이상했음을 감지했어야 했다.

"I don't have boyfriend but I don't want to make any romantic relationships"

 그 친구는 정말로 나의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남자친구는 없지만 로맨틱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나는 그저 너에 대해 좀 알고 싶을 뿐이야."라고 대답을 해서,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날 이러한 메시지를 받았다.

"hey you good"

모든 sns 알람은 꺼놓는 탓에 바로 확인을 못했지만 같은 날, 잠에 들기 직전의 전화음은 아주 선명하게 들려서 조금 짜증이 났다. 다음 날 아침, 문자에 답장을 하자 곧장 전화가 걸려왔다. 점심을 먹자고 자신이 차로 데리러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please send me ur address" 차로 데리러 오니 주소를 보내달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주소를 보냈다. 적적한 생활 속 누군가 관심을 준다는 것, 그 자체로 약간 들떴나 보다.


점심으로는 비빔밥을 먹었다. 동양인 친구를 처음 사귀어보았다고 해서 한국음식을 소개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바로 그 친구는 일에 가야 했기에 같이 걷다가 다시 그 차 앞에서 헤어졌다.


차 앞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좋다고, 만나는 거 시도라도 하면 안 되겠냐고. 나는 다시 한번 완곡히 거절했다.


  그리고 카페로 걸어갔다. 카페에 도착하자, 그는 자신이 마음을 언짢게 했다면 미안하다. 너를 매력 있다고 말해서 네가 떠나버릴까 봐 걱정된다. 그렇지만 스트레스 없이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나는 괜찮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하고 싶다. 절대로 로맨틱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좋은 마음 상태로 네가 일하길 바란다.라고 답장을 했다. 이때가 오후 4시쯤이었다.


오후 9시 반에 그는 예쁜 눈을 바라보던 순간이 그립다.라는 문자를 보냈고, 할 말이 없었지만 "하하. 고마워. 잘 자."라고 대답했다. '그'  혼자만의 로맨스가 호러로 바뀌어가는 순간이었다.




전화를 세 번이나 하는 그. 그리고 마지막 전화까지 난 당연하게도 받지 않았다.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은 그날 밤에 전화를 세 번이나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밤 시간대에 전화를 아무렇게 할 수 있는 사이가 절대 아닌데. 좋은 밤을 보내라는 전화를 하고 싶었다며 그는  문법이 하나도 맞지 않아 이해를 할 수 없는 영어로 자신의 심장을 가져갔다는 둥 키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문자를 보냈다.


아침에 그 문자를 보는데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이미 친구밖에 안 된다고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리수를 던지는 행동에 너무 신물이 났다. 그래서 "이미 너에게 이야기했듯이 나는 전화, 문자 그 무엇이든지 사랑과 관련한 것들을 하고 싶지 않고, 너를 친구로도 못 만날 것 같다. 왜냐하면 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 문자에 또 곧바로 전화하는 저스티스. 이름이 '정의'인데 하나도 정의롭지 않다. 한번 더 말했다. "친구관계에서조차 이 정도로 전화하는 것을 싫어하고.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문자 해라."


다음 날이 밝았고, 안시에 미리 도착해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안시행 버스를 막 탄 참이었다. 그에게서 '너 지금 갔니?'라는 문자가 왔고 답변하기 싫었지만 그가 나의 거처도 아는 이상, 최대한 좋게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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