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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ide up Jun 28. 2023

나는 북한에서 왔어. 2부

끈질기고 이상한 사람 퇴치하는 효과적인 방법 (오직 외국에서만 통함)

"please be my friend"



그는 자신의 친구가 되어달라고 했고, "TRUE friend" 진짜 친구면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처럼 또 무리수를 던졌다. 계속해서 끈질기게 나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요구하던 것.


결국 '다시 번복해서 정말 미안한데 너랑은 친구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벗은 사진도 아닌데 못 주냐고 하는 것 같았다. 너 같은 인간에게는 못 줘.  si belle l'homme



그러자 '이게 한국사람들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냐, 나는 나를 물에 가뒀다. 친구가 죽은 걸 느낀다.' 등 이상한 소리를 잔뜩 늘어놨는데 이때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 친구 정상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집에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등의 꽤나 현실적인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sunny가 여기서의 내 별명이다. ㅎㅎ.. 저 표정 뭐야..?        생각하면 할수록 si belle l'homme (프랑스어로 대충 잘생긴 남자라는 뜻이에요. 시벨롬)






























외국에서 혼자 사는데 건장한 흑인 남성이 집 앞에 찾아온다? 그것도 온전한 뇌를 가지고 온전치 못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아.. 한국 가고 싶어라..



갑작스럽게 정말 불안해졌고, 그가 집에 찾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망설임 없이 마치 정말 내가 북한에서 온 것 마냥 답변을 보냈다.


"I'm from north btw. you should know. It's real."

그나저나 나는 북한에서 왔고 이건 진짜야. 네가 알아야 할 것 같다. ^^

























"네가 너희 나라에서 온 모든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줬어"

빠르게 대화를 종료하길 원했고, 그가 나의 집 앞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 난 좀 더 진지하게 답했다.


"그래. 나는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아. 여태까지 충분했어. (너의 멍멍 소리가) 안녕. 만약 네가 어떤 메시지라도 또 보낸다면, 다른 남자가 답을 해줄 거야. 내가 너를 용서해 줄 테니 그냥 너의 삶을 살아."

"그럼 내가 여태 남자랑 대화 한 거니? 나쁜 사람아."

" 다른 남자라는 건 다른 의미야. 나 지금 진지해. 장난치는 거 아니야. 이게 내 마지막 응답이야."

"엿 먹어 너 스스로를 차단해라!"


마지막으로 욕을 먹고 그를 차단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동네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돌렸다. "최근에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걱정이 돼. 혹시 도와줄 수 있니?" 세 명 정도에게 연락을 했는데 셋 다 다른 식으로 안심이 되는 말을 해주었다. 고마운 친구들.


 

1)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2) 한국대학교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친구(동네 친구는 아니지만 마음의 평안을 위해 연락)


같이 경찰서 가자고 말해주는 친구, 한국어로 욕도 해주고 언제든지 뭐가 필요하면 연락하라면서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친절하기를 멈추라고 조언까지 해준 외국인 친구.


프랑스 남부 지역(현재 나의 거처)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

가장 처음으로 연락한 친구는 이 친구였는데, 정말 고맙게도 불안 상태에 있던 당시의 나를 잘 달래주었다. '그가 아마 아무것도 안 하고 MOVE ON 다른 사람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괜찮을 거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가 너의 집 가까이에서 보이게 된다면 우리에게 전화하라고. 같이 방법을 찾을 거고, 만약에 너무 위험하다면 경찰서에 가자고. 그래서 여행 끝나고 언제 다시 돌아와?'


이 친구와 연락을 할 때 눈물이 주룩 주룩 나왔는데 버스에서 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나를 흘깃흘깃 쳐다봤었다. '그래 나 좀 슬퍼요.'


친구들하고 연락을 하니까 그래도 갑갑하기만 했던 두려움과 무서움, 불안의 감정들이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다섯 달 정도 지내면서 이곳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알게 모르게 스스로 선을 긋고 있었는데 일종의 방어기제처럼. 소중한 인연이니 더욱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



버스에서 이 모든 해프닝이 지나가고, 버스에서 내리니 '안시'에 도착했다. 땅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어떤 여자 아이가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지 말라는 외국인 친구의 조언을 기억하며 폰은 내 손에 들고 전화를 하게 해 줬다. 다행히 진짜 누구를 기다리는 꼬마였다.


이후, 구글맵을 켜서 고등학교 친구들이 먼저 가 있는 숙소로 이동을 했다. 밤 11시이고 반갑지 않았던 일도 방금 전에 있었던 터라 허공에 주먹질을 좀 하면서 걸었다. 지나가던 남자가 나를 흠칫하며 쳐다봤는데 내가 프랑스에서 본 '미친 사람들'을 보는 표정과 같았다. 호텔에 도착하고 방문을 열자 아무렇지 않게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마치 꿈같았다. 친구들에게도 방금 전에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 얘기했다. 그날 밤은 더 과장되게 웃기는 행동을 하며 그 일을 잊으려고 했던 거 같다.


그 다음다음 날인가? 다시 그 메시지 창을 보자 그가 보냈던 그의 사진들이 다 삭제되어 있던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필 사진까지. '오호라. 이 방법이 통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소식이니 그날 같이 이야기해 줬던 친구들에게도 알려줬다. 혹여 친구들이 걱정을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여행이 끝나고 이제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던 날. 걱정이 되긴 했지만 생각보단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북송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교훈 : 친구 되자고 말 걸어도 친구도 하지 말 것. 특히 프랑스 헬스장에서는. (프랑스인 친구가 헬스장에 이상한 남자들이 많다고 한다.) 차로 데려온다고 해도 당연하게! 거절할 것.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든 사람에게 웰커밍 한 사람이 되지 말 것. 외국이니 만큼 더 경계할 것. 슬프지만.


다행히 북송이 되지 않았고 다행히 아직까지 정의인지 뭔지를 마주치지 않았다.


 마주치더라도 당당하게


  " I'M F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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