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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ide up Jul 05. 2024

군대 왜 감?

군인 병력 부족 심해질 텐데 여자도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유튜브를 보다가 눈살이 찌푸려지는 댓글들을 보았다.


군대를 안 간다는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는 댓글들, 여성이 군대에 적합하지 않다면 여성 간부들을 모조리 잘라야 한다는 댓글들, 임신과 출산을 운운하며 ‘저출산 시대인데 군대 가야지 ‘하는 무지성 댓글들.


나 또한 여성들의 군입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한국 젊은 남성들이 군대에 끌려가는 상황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군대 안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피해를 입고 있으며, 심지어는 생명까지 앗아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나라 남성 96%를 징집했으면 우리 모두의 형제이자, 자매이자 친구이자 가족인데 그들에게 적어도 그들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건강한 마인드는 보장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아직도 그런 뉴스들이 나오면 화가 난다. 낡은 군대 체제가 바뀌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 ‘군대’를 명목으로 여성을 무조건적으로 비하하는 상황도 참으로 비통하다.


이렇게 여성 비하, 성별 갈등 조장 의견이 많아지고 담론이 커질수록 여성 군입대도 더 실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저출산이 아니라 제로출산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일단 비난의 방향이 ‘여성’에 매몰되어 있다.  


비판의 방향은 특정한 성별이 아닌 정부이고 사회다.


여성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심화될수록 여성 징병제에 대해 반대하는 여성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프랑스에서 이민자 출신 20대 남성이 경찰의 권력 남용에 의해 사망한 사건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는 공권력 비판과 이민자 권리를 위한 시위가 일어났다.


이민자들은 비이민자들을 비난하고, 욕하지 않았다.


비이민자들도 같은 프랑스 시민으로서 이민자들의 시위에 함께 참여했다.


유튜브 뉴스 댓글로, 인터넷상에서 단순히 여성을 욕한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연대할 수 있는 건강한 담론의 장을 만들고 한국 정부를 향해 소리를 내야 한다.


여성이 투표권을 얻기까지에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투표권 시위를 하다 달리는 말 굽에 밟혀 죽은 여성도 있었고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여성도 있었다.


이렇듯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회적 상황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1세기에도 이러한 희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크린 앞에서 손가락만 움직일 건 아니라는 거다.


정말로 변화를 원한다면 조금 더 똑똑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군대에 여성 간부가 많아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걱정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YTN의 뉴스에 따르면,


현재 부사관 중 여군 비중은  6.7%~7.3%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임관한 육군 부사관육군 부사관 82.5%가 여군이라고 한다.


일단 여성 징병제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기존 남성 중심이었던 군대 생태계 안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최근 뉴스를 보더라도 여자 화장실에 불법카메라 설치한 군간부, 군 내 성폭력 사건 등 의 문제들이 드러난다.


여군이 늘어날수록 위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군대 안 생태계가 변화될 것이다.


이는 곧 여성 징병제가 실시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볼 수 있다.


미필자로서 군대에서 어떠한 근무들과 활동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군이 많아질수록 여성들이 어떤 부분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쌓일 것이라 예상한다.


향후 그 데이터가 여성 징병제의 기반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면 더 좋고..)


내가 개인적으로 여성 징병제에 찬성하는 이유는


전장상황시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단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시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교육받지 않는다.


전쟁이 나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총을 들고 싸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 징병제가 실행될지, 혹은 어떠한 다른 형태로 진행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예비군 훈련은 원한다면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인 조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신과 출산 그리고 군대를 유치하게 비교하는 사람들에게 유치한 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만약 남성도  부작용 없이, 인공 자궁으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진다면,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선택할 것인가?

인공 자궁 적응 기간 10달(여성의 초경-폐경까지의 기간 총합)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배아픔을 동반한 생리를 해야 하고, 10달 동안은 아이를 품으며,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총 1년 8개월의 여정이다. 산후에 겪는 일반적인 몸의 변화나, 건강적 문제는 여성과 동일하게 느낀다.


이 유치한 질문처럼 출산과 군대는 너무나도 다르기에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1960년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 6.0명, 1990년 1.5명, 2013년 1.22명, 2023년 0.72명


할머니 시대 사람들은 아이를 6명이나 놓았다. 할아버지 시대의 사람들은 2년 5개월가량 군복무를 했다.


그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았다.


2023년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 결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군대를 선택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는 각 성별 간의 대립에서 오는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에서 파생되었다.


한국 전쟁 이후 한국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국 경제는 1953년부터 2022년까지 9,653% 성장했다_kdi경제정보


유럽의 국가들이 천천히 성장을 하며 깨닫고 배워온 것들을 우리는 모른다.


경제 성장을 제1 목표로 달린 결과, ‘여유, 가족, 평등, 비판과 수용’이 아닌 ’ 경쟁, 수치, 비교, 우울증, 신경질적‘이라는 단어에 더 어울리는 사회가 되었다.


이제는 청년들이 지쳤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특히 국가를 위해 출산, 군입대 등의 방식으로 희생하기는 더 싫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지쳐있는 결과가 ‘저출산’과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지켜야 하는 권리는 나의 동생, 어머니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와 정부와 싸워야 한다.


인터넷상에 있는 비겁한 댓글들이 절대다수의 남성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사고하는 청년들이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런 의견들이 일반화되고 큰 담론이 되어갈까 봐 무섭다.


그래서 글을 썼다.


물론 나의 글에도 비판할 점들이 있겠지만, 맹목적인 비난이 아닌 비판이라면 달게 받겠다.





ps.


나 역시 소중한 동생이 곧 군대를 간다.


여러모로 걱정이 많이 되기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고 하고 싶다.


그 조직을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군대가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고, 소중한 시간이 쓰이는 만큼 젊은 남성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직이 되길 바란다.


가까운 시일 내에 직업군인 100퍼센트인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뜬금없지만


영국남자 유튜브에서 영국 학생들이 해병대 훈련을 받는 영상을 보았다.


그때, 떨려하고 말이 많아지는 영국 학생들 사이에서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할 일을 하고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어린 한국 남성이 보였다.


눈물이 나왔다.


지금도 군복무를 하며 고생 중인 젊은 청년들에게 정말 수고하고 있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에 빠지지 말고 본질적인 것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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