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side up Jul 17. 2024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당신들의 일기



방에서 조용하게 눈물을 훔친다.


코도 킁하고 풀어본다.


눈앞이 뿌예지는


이런, 슬픔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가도


꿀꺽 삼켜버린다.


그렇게 외로움을 택한다.


“엄마, 나 헬스장 다녀올게”

약간 충혈된 눈을 하고, 슬픔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헬스장으로 향했다.


땀 흘리는 사람들 가운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면 눈에 띌까?


다행스럽게도 헬스장에서는 눈물도 생각도 옅어져 갔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도,


말없이 슬픔을 삼키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혼자서 많이 힘들었겠다고


씩씩한 척 안 하고 무너져도 된다고


말하면서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


언젠가는 나도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다 하게 되겠지.


할 수 있게 되겠지. 하고 믿어본다.


사실 그렇게 큰 아픔이 아닐지도 모른다.


말했을 때 ‘에게? 그게 왜?’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나의 이야기를


걱정으로도, 약점으로도 안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그저 그대로 바라만 봐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



우울증을 트로피처럼 자랑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애써 괜찮은 척하는 친구에게는 어떤 식으로라도 도움을 주고, 묵힌 이야기들을 천천히 자연스레 꺼내주려고 하는데,


자랑하는 사람에게는  “너만 힘드냐?  다 힘들다!! 힘들어!!”하고 말하고 싶어 진다.


예전에 글 쓰는 모임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주제가 우울이었나?


배울 점 많은 두 사람이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00 씨는 너무 부러워요. 해맑고. 걱정도 없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티 없이 맑을 수가 있는지. “하며


나를 칭찬했다.


그래서 씁쓸했다.


속으로


“말 안 한다고 해맑기만 한 게 아닌데 “하고 생각했다.


내가 아픔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 어색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항상 타인의 아픔을 가정한다.


모든 사람이,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게 누구든


나름의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간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더 친절할 수 있는 거 같다.





(이 글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안 봤으면 좋겠다. 브런치를 친구들에게, 가족에게 공개하려다가도 안 하는 이유가 이거다,


어떤 이야기이든 품어주는, 일기장 같은 브런치를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p.s. 아픔은 재단이 불가하다. 어떠한 형태와 깊이의 아픔이든 그 사람에게는 그게 최대의 아픔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군대 왜 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