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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ide up Jul 24. 2023

같은 지구인끼리 왜 이럴까. 35퍼센트의 프랜치 놈들.

프랑스에서 사는 동양인 여성의 삶, 현실 편

 


7월 23일


오늘도 길을 걷다가 두 명의 남성이 반대쪽 길에서 '니하오'라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im from korea, 안녕"이라고 답했다. 여기서는 동양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은데 아는 인사가 니하오밖에 없는 경우와 무시와 모욕이 담긴 니하오 이렇게 두 가지가 존재하기에 보통 전자를 가정하고 대답을 해주는 편이다.

이어지는 말은 "우리 집에서 잘래?" 하..


왜 이렇게 프랑스에는 si belle l'homme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거의 욕을 안 하던 나였는데 여기서는 "jincha si belle l'homme e ne"정도는 말해줘야 한다. 한 사람이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7개월 동안 프랑스에 머물면서 겪은 갖가지 모욕과 성희롱 이야기.


처음이 언제였을까. 하도 많아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바로 어제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다. 이번에도 길에서 걷다가 있었던 해프닝. 화목해 보이는 한 가정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유모차를 끈 여성이 '니하오'라고 말했다. 어제도 난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는데 더욱 이상한 중국어로 지껄이는 여성. 자신의 아이가 있는 바로 앞에서 그런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니하오'라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중 10퍼센트 정도의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이렇게 말해왔던 건데 이젠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니하오는 정말 일상적이다. 길을 가다가 인부들이 그렇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중국인 비하 발언인 칭챙총 니하오를 연속으로 말하기도 하고. 스쿠터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며 니하오라고 하기도 하고. 차를 타고 있던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지나가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이 사람들은 니하오 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 길을 걷고 있는데 지나가는 차량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정말 그때 놀랐는데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있었다. 친구는 다섯 번], 자전거 도로에서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역주행을 하며 일부러 내 앞을 지그재그로 위협을 하면서 지나간 적도 있다. 3년 전에 몽펠리에에서 20대 한국인 남성이 인종차별로 인해 10대 무리에게 폭행을 당하고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있었는데 저 오토바이 사건 이후로 충분히 그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알았다.


성희롱은 크게는 3번 정도 있었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차량 안에서 창문을 열고 프랑스어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물어보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번역기까지 동원했지만, 그 뜻은 돈 줄 테니까 자신이 옷 벗는 과정만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다. 안 된다고 했더니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데 왜 안 되는 것이냐고 이야기를 했고. 옷은 집에 가서 벗어주세요.라고 한 순간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며 그 차는 떠났다. 대학 바로 옆 찻길에서 일어난 대낮의 일이었다.


두 번째도 전자와 비슷한 나이 대의 남성이었는데 100유로를 줄 테니 같이 커피를 먹자라고 말하며 집까지 따라온 사례였다. 그때는 밤이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어서 최대한 좋게 거절을 하면서 갈 길을 갔다. 끈질기게 그는 계속 비슷한 말을 반복하며 학생 레지던스 앞까지 왔고 나는 철문을 닫아 그 사람과 거리를 확보하고 '미안하지만 얼마를 주든 안 된다. 남자친구도 있고, 가족들도 이 주변에 살고 있다.'라고 말을 했다. 그럼에도 여기에 혼자 사나며 1000유로를 줄 테니 사랑을 하자며 철창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손을 펼쳤다. 같이 사는 친구가 있다고 말한 뒤, 뒤돌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그가 또 집 주변에 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 일주일 뒤 아침에 자전거를 탄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여성들의 특정 부위만 쳐다보면서 지나가는 그는 내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았다.


세 번째는 브뤼셀에서 있었던 일로 친구와 여행 중에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역사 안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누군가 백팩의 밑 부분을 손으로 탕! 쳐서 뒤를 돌아봤더니 어떤 남성이 약간 풀린 눈으로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나의 두 눈을 계속 쳐다보며 함께 걸었다. 나도 그때는 계속 그 남성을 일종의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걷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걷고 있는 친구에게로 갔다. 이외에도 갖가지 일들이 있었다. 친구에게 '그래도 강해진 거 같아.'라고 말했는데 '왜 강해져야 하냐고'말하더라. 맞는 말이었다.


눈에 띄는 소수인 동양인으로 유럽에서 살아간다는 것, 특히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동양인 여성은 더욱 이러한 위험과 모욕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대응을 하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사실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사람인지라 아무리 '교육의 결여로 인한 미성숙한 행동'이라고 생각을 해도 마음이 당연하게도 상당히 즐겁지 않다. 때론 화나고, 때론 상처받고, 때론 무섭고 그렇다.


왜 그들은 그들도 외국인이고 그들도 같은 지구인이며 우리도 사랑받는 혹은 받아야 할 한 사람임을 자각하지 못할까. 우리는 어떠한 액션을 취해야 할까.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있는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이러한 일들은 왜 발생하는 걸까.


참 슬픈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정도는 덜 혹은 더 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테니 말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 지구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우주에서 보면 모래 알보다 작은 크기로 1초도 안 되는 순간을 살아가는 그런 아주 아주 나약한 사람들일 뿐이야.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며 서로를 도와주며 살아야해. 왜냐하면 우리는 그저 사람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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