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할 수 없는 동반자이자 양날의 칼, 고독

에세이

by 인산

고독은 인간에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우리는 흔히 고독을 단순히 ‘혼자 있음’의 상태로 여기지만, 물리적인 단절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도시의 인파 속에서도 느끼는 고독처럼, 이는 ‘관계 맺음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정서입니다. 외로울 고(孤)와 홀로 독(獨)의 합성어처럼, 고독은 혼자됨 속에서 느끼는 외롭고 쓸쓸한 정서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고독은 한 가지 얼굴만을 지닌 것이 아니며, 그 이면에는 긍정적 측면과 병리적 측면이 공존합니다.


고독은 종종 성찰을 위한 긍정적인 도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소위 ‘고독을 즐겨야 한다’는 표현은, 일상에서 북적이는 관계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내면을 성찰하기 위한 자발적인 선택으로서의 고독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고독은 홀로 깊은 사색에 잠겨 자신과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는 철학적인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수의 영향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내면의 지혜를 찾아가는 시간은 개인의 성장과 자아 확립에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조르주 무스타키의 샹송 <나의 고독>(Ma Solitude)의 가사처럼, 고독이 그림자처럼 늘 함께하는 친숙한 동반자가 되어 깊은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긍정적인 고독은 자기 이해의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선택된 고독은 피로한 관계에서 벗어나 재충전하고, 창조적 영감을 얻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외로움이 낳는 파괴적인 고독은 그 이면에 깊은 병리성을 지닐 수 있습니다. 외로움에서 비롯된 비자발적 고독은 인간을 병들게 하는 무서운 힘을 지녔으며, 이는 흔히 낭만적으로 포장된 고독의 허울을 벗겨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고독의 병’은 단순한 외로움을 넘어선 심각한 피해의식, 따돌림당했다는 망상, 그리고 주위 사람과 세상을 향한 원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병리적 고독은 여러 파괴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우선, 왜곡된 망상과 적대감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독에 깊이 빠져들면 과거의 모든 사건이 자신을 향한 음모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과거에 관계했던 이들을 향한 원망과 미움, 심지어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타인과 투쟁하며 끝없이 고통을 재생산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신과 세상에 대한 저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저주로 시작된 병리적 고독은 점차 세상을 향한 저주로 확장되어, 자신을 이러한 처지에 놓이게 한 외부 환경과 타인을 비난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는 더욱 단절되고 고독은 심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또한, 가장 위험하게는 극단적 선택과 타인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독이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초래하여, ‘이렇게 고독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야지’라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위험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을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고 믿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마저 품게 된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개인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낭만적인 고독과는 거리가 먼, 세상을 저주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피해의식이자 외로움의 극단적 발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독을 현명하게 대하고 극복하기 위해 관계와 성찰의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 있음’을 고독이라고 미화하거나, 모든 고독을 즐길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독은 명상과 자기 발견을 위한 자발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단절과 고립 속에서 사람을 병들게 하는 무서운 병이 될 수도 있음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비자발적인 고독과 그로 인한 파괴적인 망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생각에 집착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맺고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스스로나 주변 사람이 이러한 고독의 덫에 걸렸다면, 그것이 결코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며 헤어 나올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설득하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듯 고독은 우리에게 깊은 사색과 자기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방치할 경우 깊은 절망과 파괴로 이끌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고독을 현명하게 대하고 극복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 문제를 넘어, 건강한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