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의 사랑 3

동화

by 인산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꽃샘추위마저 물러가자, 집 안에는 살랑살랑 봄바람이 스며들어요.

“그동안 우리 가족을 지켜주느라 정말 수고했다.”

아빠는 난로에 묻은 그을음을 정성껏 닦아줘요. 난로는 겨우내 온몸을 불태우느라 뼈마디가 시큰거렸지만, 할 일을 다 마쳤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요.

“푹 쉬렴. 찬 바람 불 때 다시 만나자.”

엄마가 말해요.


난로는 컴컴한 창고로 옮겨져요. 오랜만에 오는 창고예요.

“안녕! 어서 와.”

선풍기가 반갑게 맞아주어요.

“오랜만이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추웠다며?”

“말도 마. 펑펑 쏟아지는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아이들이 빨간 장갑을 끼고 눈사람을 만들 때면 내 속도 덩달아 뜨거워졌어. 고구마가 익는 냄새, 호호 불던 하얀 입김… 아직도 선해.”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이야기를 나눠요.

“이젠 내 차례야. 날이 더워지면.”


난로는 말없이 선풍기를 바라보아요.

“우리 또 헤어지는 거네!”

난로는 선풍기와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워요.

“우린 늘 같이 있을 순 없나 봐.”

선풍기가 고개를 끄덕여요.

“넌 열을 품고, 난 바람을 보내니까.”

난로의 몸에서 은은한 열이 새어 나와요. 선풍기도 아주 살짝 바람을 내보고요. 바람을 타고 온기가 창고 안으로 퍼져요. 선풍기가 잠시 멈칫해요.

“이건… 여기까지만.”

난로는 머뭇거리며 열 보내기를 멈춰요. 잠시, 둘은 말이 없어요.

“봄이랑 가을엔 이렇게 만날 수 있잖아.”

선풍기가 말해요.

“여름에 본 것들, 잊지 않고 가져올게.”

난로는 고개를 끄덕여요.

“난 겨울 이야기를 남겨둘게.”

난로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요. 창고 안은 어두웠지만, 두 친구가 피워낸 이야기꽃 덕분에 향기가 가득해요. 고단했던 난로는 스르르 눈을 감아요. 선풍기는 잠든 친구에게 먼지가 내려앉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바람을 내보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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