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의 사랑 4

동화

by 인산


어느새 날씨가 더워졌어요. 선풍기가 갈 때가 됐다는 뜻이에요.


“안 가면 안 돼?”


난로가 투정을 부려요.


“잘 알면서. 곧 돌아올게.”

“벌써 보고 싶어 져.”

“금방이야. 잘 지내! 안녕.”


선풍기는 동그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고는 창고를 나서요.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진 난로는 처음엔 참을 만해요.


‘조금만 기다리자. 시간은 가라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날이 갈수록 외로움이 밀려와요. 선풍기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요.


‘선풍기는 잘 있을까?’


선풍기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가 파도처럼 밀려와요. 난로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려요.


‘선풍기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그리움이 가슴을 짓눌러요. 난로는 눈을 감아요. 그러자 겨울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라요. 아이들의 재잘거림, 군고구마 냄새, 보글거리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혼자서는, 너무 힘들어. 너무 외로워!’


난로는 외로움에 가슴이 사무쳐요.


‘아아! 선풍기, 선풍기를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난로는 어둠 속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어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어요. 어느 날 아빠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와요. 막내가 물어요.


“아빠! 겨울인데 웬 선풍기예요?”


형이 웃으며 말해요.


“그러네. 선풍기라고 해도 되겠네.”


아빠는 상자를 열어요.


“이제부터 이걸 쓸 거야.”


막내가 고개를 갸웃해요.

“겨울에 선풍기를?”


엄마가 대답해요.


“온풍기야. 따뜻한 바람이 나와. 더 편리하고 덜 위험해.”


침묵이 흘러요. 막내가 조용히 말해요.


“그럼… 주전자는 어디다 올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요. 모두는 지난겨울 따뜻하게 해 준 난로를 생각해요.


그때 누나가 시를 읽어요.


“사랑이란,

닮는 것이라네.

생각하는 것도,

생김새도.”


“아!”


막내가 짧게 탄성을 자아내요.


“바로 그거네. 난로가 선풍기를 사랑했나 봐. 그치?”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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