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에세이

by 인산

습관은 들이는 게 좋을까? 버리는 게 좋을까?


집안 도배를 하느라 이틀간 일상이 흐트러진 적이 있었다. 우리 가족도 힘들었지만, 누구보다 불안해한 건 반려견이었다. 평소라면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익숙한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늘 같은 자리에 몸을 뉘었을 녀석이다. 강아지에게 일정한 패턴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세상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생존의 법칙이다. 그것이 깨졌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24시간이라는 궤도에서 식사, 배변, 수면이라는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 정교한 톱니바퀴가 하나라도 어긋나는 날엔 어김없이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가라앉는다. 삶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역설적이게도 일상의 중독, 즉 습관에서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이 안전한 습관을 제 손으로 깨트리곤 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피로를 감수하며 떠나는 여행이 대표적이다. 잠자리도, 음식도, 화장실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여행을 우리는 왜 갈구하는가? 신체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여행은 가장 피해야 할 행위다. 그럼에도 우리가 짐을 싸는 이유는 단단하게 굳어버린 일상의 틀이 때로 우리를 가두는 감옥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철학자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 산책을 하며 삶의 규율을 세웠다. 규칙적인 일과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뼈대가 된다. 하지만 뼈대만 있고 살이 없는 삶은 건조하다. 정신마저 습관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새로움이 주는 도파민과 성취감은 설 자리를 잃는다.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란, 습관의 유지와 의도적인 일탈 사이의 줄타기다.


결혼하거나 직장이 바뀌어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 우리는 다시 습관을 설계하며 적응해 나간다. 몸을 위해서는 칸트처럼 철저한 루틴을 지키되, 정신의 활력을 위해서는 이따금 그 루틴을 버리고 새롭고 낯선 풍경 속에 자신을 던져야 한다. 안정적인 습관이라는 집을 짓되, 가끔은 창문을 열어 낯선 바람을 들여보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흥미롭고 건강하고 의미 있고 삶을 살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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