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머리 매만지고 정결한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렌즈를 똑바로 바라본다
나를 만나고 싶어 카메라와 마주 선 나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고갈된다는 아프리카의 전설
치매 걸린 노인처럼 머릿속에 껍데기만 남아
인화지에 고정되는 것인가
팔딱이던 심장이 숨을 멈추고
거꾸로 매달린 흑백의 상과 접속하는 찰나
번쩍이는 섬광에 눈이 멀어
천지가 암흑으로 변할 때
비로소 나를 만난다
신성한 영혼이 충만한 철학자가 된다
<곰팡이 빵(정인어린이 7)> 출간작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꽃밭 가꾸듯 글을 씁니다. 재미있는 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