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늘도 하루 세 번, 밥상에 앉는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빠뜨릴 수 없는 일.
일단 경건한 기도 — 누구를 위한 기도인지.
기름진 얼굴, 두툼한 뱃살을 위해
끊임없이 뛰는 심장을 위해
건배, 또 건배!
칼질 소리, 양념된 야채와 고기들
구수한 냄새에 군침 돌고
입 크게 벌려 쏙 집어넣으면
어금니에 부서지는 형체들
가루 되고 즙이 되어
내 위장을 채운다.
맑은 피와 근육과 뼈를 위해
사라져 간 그들을 생각하며
묵념, 또 묵념!
나 살자고 평생 먹어댄 음식들
산이 되고 강이 되고
나로 인해 스러진 수많은 생명들
나는 죄인 중 죄인
도살자 중 도살자.
나를 위해 세상이 준비한 첫 음식은
어머니 젖 한 모금
지금은 알 수 없는
추억으로만 남은 그 맛
수백 번 지갑을 열어도
다시 맛볼 수 없으니
나는 음식 쓰레기에 버려진 자식인가.
죄짓지 않기 위해
물과 공기로만 살 수 있다면.
나를 위해 생명 바친 그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다면.
아!
여자의 뱃속을 거치지 않은 이 없고
먹지 않고 살아남은 이 없으니
죽는 날까지 하루 세 번
참회하고 기도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