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과장 진급을 코앞에 두고 퇴사한 뒤 학원 강사가 되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인턴, 취업, 이직으로 쉴 틈 없이 회사생활을 하였다. 아침, 저녁으로 빛을 잃은 표정을 한 직장인들만 봐왔고 나도 그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작은 인간들의 웃음, 에너지가 왜 그리 보고 싶었을까.
난 이직을 핑계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진심으로 조금만 쉬고 이직할 계획이었다. 그때는.
이직을 하기 전에 알바나 조금 해보자는 마음으로 초등부 강사 자리에 지원했다. 원장실로 면접을 보러 갔는데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들이 문에 다닥다닥 붙어 초롱한 눈으로 날 관찰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합격하자마자 바로 출근을 하기로 했다.
시작은 초등부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담당하는 보조 강사가 되었다. 공부방 형식의 학원이라 아이들이 각자 한 시간씩 공부를 하면 내가 커리큘럼에 따른 진도와 발음, 테스트를 봐주었다.
처음엔 "초등학생이 무슨 공부야, 놀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꼰대스런 마인드였다.
10살이란 나이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아직 너무 재밌을 나이다. 이 아이들에겐 알파벳도 파닉스도 영어 시험도 다 노는 것의 일부였다. (물론 아주 싫어하는 애들도 있긴 하다)
'순수한 열정'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진심으로 재밌어서 하는 것,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이런 걸 못해본 지 어언 백만 년이라 아이들이 신나서 알파벳을 읽는 광경조차 어색했다.
그렇게 나는 영어 강사라는 세계에 발을 디뎠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 투명한 열정에 이끌려 지금까지 흘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