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힐링 시켜주는 요정 같은 아이가 있었다.
항상 머리는 양갈래, 보라색 깔맞춤을 입고, 웃으면 눈 밑에 보조개가 잡히는 8살 아이였다.
오후에 지쳐갈 때쯤 그 아이가 문을 쾅 열며 들어온다. 의외로 성격은 여장부 스타일이다.
그리고는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한 번 안긴 다음 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사랑스러운 행동은 어디서 배웠나 싶다. ㅎㅎ
그 아이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도 공부하기 싫은 때가 왔었나 보다. 아이들은 가끔 공부하기 싫으면 나에게 말을 건다.
"선생님은 @#$같아요."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인지 난 잘 듣지 못했다. 그런데 괜스레 아이에게는 못 알아들은 티를 내는 게 미안하다.
"응?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 봐주다가 못 들었네~ 뭐라고 그랬어?"
그리고는 모든 감각을 귀에 집중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
"선생님은 꽃 같다고요!!!!"
잉? 꽃? 정말 난생처음 듣는 말이었다. 뭐지. 내가 이쁘다는 말인가, 향수를 너무 많이 뿌렸나, 옷 색깔이 너무 튀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은 항상 웃고 있어서 꽃 같아요!!!"
정말 세상 근심 다 날아가는 말이 아닌가. 꽃은 항상 웃고 있고 그 웃고 있는 게 꼭 날 닮았다니.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길이 예쁜 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순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 말처럼 내가 꽃이라면 그 길이 모두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이었겠지.
나보다 날 더 사랑해 주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어른이라는 게 뭐길래. 이제 겨우 8년을 산 꼬마 인간보다 시야가 좁은 것일까.
아이에게 배운다는 말이 이런 건가 보다. 하루하루 내가 잊고 있었던,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의 부분들이 나에게 밀려 들어왔다. 이게 아이들과 일하는 축복과 장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