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성장의 기록
가끔은 내가 멈춰 있는 건지, 세상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건지 헷갈린다.
주변 사람들은 무언가 계속 이루는 것 같고, 나는 같은 자리에 서서 바라만 본다.
더디게라도 나아가고 싶지만, 마음은 의지와 다르게 굼뜨고, 생각은 괜히 복잡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계속된다.
게으른 걸까? 아니면 지금의 내가, 그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걸까?
정체의 시간은 조용하다.
문제는 그 고요함이 차라리 고통보다 더 불안하다는 거다.
차라리 뭔가 확실히 힘들다면 ‘이겨내자’라는 마음이라도 들 텐데,
이건 그렇게까지 힘든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괜찮은 것도 아닌 상태.
어중간하게 가라앉은 하루하루가 자꾸 나를 의심하게 만든다.
성장은 늘 움직이는 과정일 거라고 믿었다.
뭔가를 하고, 쌓고, 성취해야만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는 멈춰 있다.
문제는 그 멈춤이 나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봐 두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면, 이 느릿하고 정지된 감정 속에서도
무언가는 자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방향을 다시 정하고 있었던 시간.
그리고 이제, 아주 천천히 다시 움직이려고 한다.
조급하지 않게, 불안에 휘둘리지 않게.
나의 속도로, 나의 리듬으로.
그래도 이 멈춤의 시간 안에서
나는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했고,
마음이 닿는 방향도 조금씩 다시 떠올랐다.
당장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지금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그 마음 자체를 더 믿어보기로 했다.
아직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오늘은 다시 책을 펼쳤고,
작은 루틴 하나라도 만들어보려 한다.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겐 꽤 큰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