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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러나 진하게

4화.책 속의 다른 세상, 나의 시선

by 찌니

책을 읽는 건, 가만히 앉아서 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일이다.
여권도 필요 없고, 표도 없어도 된다.
그저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
누군가의 마음속을 슬쩍 들여다보게 된다.


그게 참 좋다.
내가 겪지 못한 일들을 따라가며,
내가 보지 못한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어떤 책은 나를 오래된 시골 마을로 데려가고,
어떤 책은 바다를 건너 낯선 나라로 데려간다.
또 어떤 책은 아주 조용히,
누군가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나를 데려간다.


그렇게 책을 읽고 나면
세상에 대한 말투가 조금 달라진다.
무언가를 단정 짓기보단,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여지가 생긴다.

조금 더 묻고, 조금 덜 단정하고,
조금은 멈춰서 바라보게 된다.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말투도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그렇게
나를 더 다정하게 만들어주는 것만큼,
세상도 그만큼 다정해졌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 시작은,
오늘 밤 조용히 펼친 한 권의 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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