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성장의 기록
예전의 시작은 늘 무거웠다.
이걸 꼭 해내야 한다는 부담,
뒤처지면 안 된다는 초조함,
그리고 어김없이 따라오는 자기검열.
그런데 이번 시작은 좀 다르다.
이상하게… 설렌다.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닌데,
그보다 기대가 조금 더 앞선다.
책상 앞에 앉으면,
예전엔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새로 여는 노트,
처음 실행하는 코드,
모르는 걸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이제는 버겁지 않다.
왜일까.
아마도 이번에는
누군가를 따라가는 시작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시작이기 때문일 거다.
비교하지 않고,
‘얼마나 빨리’보다 ‘어떻게 깊게’를 생각하게 되고,
뭘 해도 내 리듬을 먼저 챙기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불안은 여전히 있지만,
이번엔 그것마저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른다.
또다시 멈출 수도 있고,
길을 잠시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괜찮을 것 같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설렘 하나면,
한동안은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