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비 오는 날의 다짐

찬란한 나의 조각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눈을 뜨자마자 들려온 빗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위로처럼 느껴졌다.
평소보다 느린 템포의 하루가 될 것 같았고,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릴 때,
내 마음도 따라 조용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엉켜 있던 생각들이 물기를 머금은 채 조용히 흘러가 주는 것 같았다.

예전엔 비가 오면 왠지 모르게 우울해졌다.
회색 하늘, 젖은 길거리, 축축한 공기.
그 모든 것이 마음을 눌러 앉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고요하게 내리는 빗소리 덕분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잠깐의 정적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창밖을 바라보다,
비를 맞으며 조용히 걷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모습은 말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평온해 보였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괜찮아질 거야.”

삶은 늘 예상대로 흐르지 않는다.
계획했던 일은 어그러지고, 마음은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좋아하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은 조금 느려도 괜찮다.
오히려 그 느림 덕분에,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다.
우산 속 좁아진 세상 안에서,
나는 더 가까이 내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를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그저 가만히 멈춰서 숨을 고르는 시간.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의 조각 하나를 조심스럽게 다듬는다.

젖은 거리를 걷던 이 조용한 날,
비가 내려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흐르는 물처럼, 쌓인 감정도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며.
나는 내 안의 찬란함을 다시 기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