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순간
day 2 — 걷고 먹고 웃는 하루
둘째 날 아침, 우리는 오늘도 딱히 정해진 일정 없이
느긋하게 밖으로 나섰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자유’와 ‘쉼’이니까.
첫 목적지는 미리 검색해두었던 가성비 맛집.
오호리공원 근처에 있는,
모든 메뉴가 500엔이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의 밥집이었다.
찾아가면서도 “진짜 이 가격 맞아?” 하며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이미 현지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미소부타 정식을 시켰고,
따뜻한 한 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가게는 작고 아담했지만
문을 열고 닫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주변에 법원과 변호사협회 건물이 있었는데,
이 동네에 이런 따뜻한 밥집이 드물다는 걸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증명하고 있었다.
배를 채우고 우리는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후쿠오카의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들른 곳은
내가 이번 여행 전부터 찜해두었던
필터 커피 전문 카페였다.
원두마다 가격이 다 다르게 적혀 있었고
대부분 한 잔에 1000엔 이상.
나는 그중에서 1200엔짜리 한 잔을 골랐다.
조용한 공간에서
손으로 천천히 내려주는 커피를 바라보며
마음도 같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친구는 근처 빵집에서 몇 가지 빵을 샀다.
빵을 워낙 좋아하는 친구라,
후쿠오카에서의 빵 탐방은 작은 미션 같기도 했다.
우리는 다시 오호리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걷고 또 걷다가 도착한 앤드로컬스 카페.
여긴 녹차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고 해서
망설이지 않고 하나 시켰다.
창가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녹여가며
또다시 수다 타임.
오늘 걸었던 길, 앞으로 먹고 싶은 것들,
사소한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시간 속에 스며들었다.
저녁엔 근처 라멘집에 들렀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깨를 듬뿍 뿌려서 먹었던 라멘이 맛있었다.
여기도 500엔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았고,
동네에서 꽤 유명한 곳 같았다.
하루 종일 걷고, 이야기하고,
커피도, 빵도,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천천히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그렇게,
걷고, 먹고, 웃고, 또 걷는 하루.
그게 다인데도,
이 여행이 참 잘 왔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