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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나를 쉬게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순간

by 찌니

day 3 — 작고 조용한 도시, 천천히 씻기는 하루


셋째 날의 시작도 역시,

‘빵 사기 미션’이었다.

친구는 빵을 정말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 여행은 빵 투어다”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그 열정은 꽤나 진심이다.


그날 아침도
“여기 진짜 가보고 싶었어”라며
친구가 찜해둔 빵집으로 향했다.

줄이 길었고, 우리는 말없이 그 줄에 섰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한참 기다리고 나서야
“...잠깐, 우리 원래 여기 가려고 한 거 맞아?”

검색해보니, 우리가 줄 서 있던 곳은
다른 빵집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도 꽤 유명한 곳.


결국 우린 그냥 웃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빵을 골랐고,

사들고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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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사 들고,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조용한 소도시 히타 였다.

사람 북적이는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에 골랐던 곳.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건
뜨겁고 습한 공기.
정말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웠다.
우린 빵을 먹을 자리를 찾다가
마트 앞 그늘진 벤치에 앉아
사온 빵을 꺼내 먹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빵,

배도 마음도 채워지는 순간.

너무 맛있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작은 교토라 불리는 히타의 중심 거리로 향했다.
유후인처럼 북적이지도 않고,
길도 단정하고 조용했다.
우리에겐 딱 맞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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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이 있어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버스를 타고 가보려 했는데
소도시는 버스가 정말 빨리 끊긴다.
어찌저찌 100엔짜리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근처를 왔다 갔다 했지만,
결국 버스를 놓쳤다.


알고 보니, 우리가 처음에 있던 자리가
정확한 정차 장소였다.
괜히 덥다고 움직이다가 놓쳐버린 셈.


그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이것도 여행이지 뭐.”

다시 안내소로 돌아가자
직원이 도보 10분 거리 안에 장소 추천을 받고 움직였다.

우린 온천을 기대하고 왔었다.
“온천 좋다~ 기대된다~ ” 하며 설렘도 있었지만,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더 현실적인 목욕탕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그 기대는 아주 기분 좋은 방향으로 빗나갔다.
물이 정말, 너무 좋았다.

보들보들하고 부드러운 물.
몸을 씻는다는 표현보다,
마음까지 녹아들고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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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공간에서
시간도 천천히 흘러갔다.

사우나복으로 갈아입고
전신 안마기까지 무한 반복.
피로가 쏵— 빠지는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사실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저 씻고 가자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뜻밖의 행운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보들보들하고 부드러운 물,
조용한 공간,
그리고 아무도 없는 평온한 시간.

계획에 없던 만족.
그게 더 오래 남았다.


다 씻고 나온 후에는
근처 동네 마트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먹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그 소박한 한 끼가
히타라는 도시에 더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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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여전히 뜨겁고,
우리는 땀도 조금 났지만
마음은 기분 좋게 가벼워져 있었다.

“후쿠오카 여행 중에 이런 하루가 있다니.”
그 말이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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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조용한 도시에서
실수도 있었고, 웃긴 일도 있었지만
결국엔 제대로 씻기고, 웃고, 편안해졌다.


그리고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익숙해진 하카타역에 내려 안전하게 숙소로 돌아왔다.

완벽한 셋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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