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순간
day 4 — 뒤돌아보지 않고 건넌 하루
이날 아침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했다.
생각보다 숙소 근처에 유명한 우동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냥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일이었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괜히 기대가 생겼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갈,
면을 후루룩 넘기면서
잠깐 말없이 앉아 있었던 그 시간이 좋았다.
특별할 것 없는 한 끼였지만
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우동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운 후,
다자이후 텐만구로 향했다.
조금 더 교외로 나가는 길,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고
그날따라 마음도 함께 가벼워졌다.
그리고 곧바로
다자이후 텐만구로 향했다.
날은 여전히 덥고, 햇볕은 강했지만
도시 외곽의 분위기 때문인지
걸음도, 마음도 조금 더 천천히 흘렀다.
신사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소원을 적고 매다는 사람들,
물에 손을 씻는 아이들,
다정한 풍경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 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를 건너는 다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널 땐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다.
뭔가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 말이 꼭
요즘의 내 마음에도 건네는 말 같았다.
우린 말없이 다리를 건넜다.
정면만 보고,
조금은 경건하게,
지나온 게 아니라 앞으로 가는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고 나선
운세를 하나 뽑았다.
작은 종이를 펼치니,
‘길’이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구글 번역기를 켜서
하나하나 단어를 눌러가며 읽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바라고 있던 방향과
묘하게 겹치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가볍게 넘기긴 아까워
작은 부적도 하나 골라 샀다.
가방 안에 조용히 넣어두며
그날의 마음을 담았다.
구경을 마치고
미리 눈여겨봤던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며,
또 평소처럼 수다를 나누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오늘 하루가 참 좋았다고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카페를 나온 후엔
조금 더 주변 골목을 걸었다.
그날따라 어디 들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천천히 채워지고 있었다.
그날은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왠지 모르게 칼칼한 게 너무 먹고 싶어서
근처 슈퍼에서 작은 신라면 컵라면 하나를 사왔다.
뜨거운 물을 붓고,
조용히 뚜껑 위에 젓가락을 얹어놓고 기다리는 시간.
컵라면 국물을 다 비우고 나니
마음도 딱,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뒤돌아보지 않고,
잘 건너온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