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순간
day 5 — 조금은 짜고, 조금은 지친 하루
이날은 특별한 계획 없이
가볍게 동네 밥집부터 들렀다.
요시노야, 일본의 대표적인 가성비 식당.
김치 규동이 보여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예전에 와봤던 친구는
“여기도 가격 올랐네, 역시나…” 하며
익숙한 듯 웃었다.
그래도 이런 식당은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나서 좋다.
밥을 먹고 나선
친구가 꼭 가고 싶다던 명란바게트 가게로 향했다.
후쿠오카에서 꽤 유명한 곳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역시나 긴 줄이 우리를 반겼다.
조금 더운 날씨였지만
기꺼이 줄을 서는 친구의 표정이
괜히 인상 깊었다.
빵을 손에 들고 기뻐하는 모습,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함께 좋은 기분이 되었다.
그 따뜻한 기분을 안고
캐널시티 쇼핑몰로 향했다.
간만에 찾은 대형 쇼핑몰은
넓고 시원했지만
딱히 사고 싶은 건 많지 않았다.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만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들려온 분수쇼 방송
“곧 시작합니다”라는 말에
우린 잠깐 멈춰 서서 구경했다.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시원하게 튀어오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잠깐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걸었다.
이번엔 이름이 눈에 띄었던 FUK COFFEE라는 카페.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역시나 웨이팅.
잠시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자리는 생각보다 협소했고
딱히 편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궁금증을 채우기엔 충분했다.
카드 결제만 가능했고,
푸딩과 커피를 시켜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한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그냥 그렇구나 싶은 맛.
그래도 궁금했던 리스트 하나는 지운 셈이었다.
근처 하카타역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로피아 마트로 갈까 하다가
갑자기 눈에 띈 코메다 커피 간판.
예전부터 이름만 들어본 곳이라
한 번쯤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결과는,
예상 이상으로 만족.
좌석은 넓고 편했고,
직원도 무척 친절했다.
무심코 함께 나온 커피땅콩도 맛있었고,
커피는 묵직하고 부드러웠다.
괜히 웃음이 나올 만큼,
“이런 게 진짜 여행의 쉼이지” 싶었다.
퍽커피가 인스타 감성 카페라면,
코메다 커피는 걷고 지친 여행자에게 맞는 진짜 휴식 같은 곳이었다.
잠시지만 마음이 제대로 놓였다.
그렇게 기분 좋게 나와
마지막으로 로피아 마트에 도착했다.
늘 다녔던 쇼핑몰 안에
그렇게 큰 마트가 있는 줄 몰랐다는 사실이
왠지 또 우스웠다.
사람이 많았고,
오늘의 저녁 메뉴를 고르느라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고른 건 김밥과 닭강정.
조합은 좋았지만,
먹으면서 생각했다.
좀 짜다. 많이 짜다.
전날 신라면이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까.
일본 음식 특유의 단짠맛은
확실히 내 입엔 조금 과했다.
그래도,
그걸 빼고는 다 좋았다.
조금은 지쳤고,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날의 하루도 그렇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