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몸이 울린 작은 알람

가만히 생각하는 중입니다

by 찌니


몸은 말이 느리다. 대신, 필요할 땐 아주 정확한 소리를 낸다.
얼마 전 두드러기와 함께 찾아온 이 작은 알람은, 내 일상과 관계를 조용히 바꿔 놓았다.

처음엔 그저 가려움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몸이 보내는 ‘지금 멈추라’는 신호였다.


한동안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나타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고, 그 불편함은 생활 전반을 조심스럽게 바꿔 놓았다. 먹는 걸 엄격히 조절했고, 자극적인 음식은 전부 멀리했다. 좋아하던 디저트나 평소 가볍게 챙겨 먹던 간식도 줄였다. 단순히 ‘못 먹어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가 더 깊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건강이 한순간에 무너진 적이 있었다. 피곤이 오래 쌓여서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몸의 이상이 정신까지 무너뜨렸다.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사람도 만날 수 없었고, 세상과 단절된 채 시간을 보냈다. 그 시기에 인간관계가 확실히 정리됐다. 연락이 자연스레 끊긴 사람도 있었지만, 끝까지 곁에 남아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 경험이 남긴 건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이왕이면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내 몸이 이럴 때마다 좀 울적하다. 운동하고, 식단 챙기고, 스트레스 관리까지 나름 열심히 하는데도 이 모양이니 말이다. 그럴 땐 내 몸이 나만 짝사랑하는 대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렇게 정성껏 대하는데, 얘는 자꾸 투덜대고 도망가려 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이 몸이 아니면 내가 세상과 연결될 방법이 없으니까.


돌아보면, 그때 몸이 울린 건 거창한 경고음이 아니라 작은 알람이었다. ‘지금 멈춰야 한다’는, 단호하지만 간절한 신호. 휴대폰 알람이 시간을 깨우듯, 몸의 알람은 나의 하루와 관계, 그리고 삶의 속도를 깨웠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드는 건 쉽지만, 몸의 알람을 무시하면 값비싼 대가가 따라왔다.

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니다. 식단 조절과 생활 패턴 관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내 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전에, 정말 괜찮은지 한 번 더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건강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그냥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상태, 그게 전부다. 하지만 그 ‘전부’를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이 다리를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있다. 내 몸의 알람이 다시 울린다면, 이번에는 스누즈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일어날 생각이다. 그게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