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나답게 사랑하고 싶었던 마음에 대하여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나는 항상 나에게 뭔가를 더 바라며 살아왔다. 꼭 무언가를 성취하겠다는 야망도 아니고,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경쟁심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졌으면, 지금의 내가 조금 덜 실망스러웠으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말하자면, 나를 향한 조용한 욕심 같은 것. 어릴 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누구나 자신을 더 괜찮게 만들고 싶어하는 거라고, 그게 성장이라고,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기를 향한 채찍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그걸 따라했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실수하지 않으려 애썼고, 여유로워 보이고 싶어서 불편한 감정을 눌렀고, 조용한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말수를 줄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조금씩 다듬어왔다.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가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게 조금 과했던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게을러져도, 한 번만 감정에 휩쓸려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넌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잖아.” “왜 이렇게 무기력해졌지?” “이런 식이면 안 돼.” 그런 말들이 너무 익숙해서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받아들이고 넘긴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나는 그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괜찮아지고 싶은 마음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나를 계속해서 불만족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런 마음들을 정당화했지만, 가끔은 묻고 싶었다. “도대체 넌 언제쯤이면 너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을까.” 정말 지금 이대로의 나는 한 번도 괜찮았던 적이 없었던 걸까.

남들이 보기엔 무던하고 평온한 사람처럼 보여도, 나는 늘 내 안에서 조용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고 칭찬하는 대신, 내일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잠들었고, 작지만 의미 있었던 시도들 앞에서도 ‘이건 아직 시작일 뿐이야’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인정하지 못했다. 욕심이라는 건 꼭 뭔가를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늘 내가 조금 더 나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품고 살았고, 그러면서 지금의 나를 좋아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싶어서 그렇게 애썼는지도 모른다. 자격을 만들어야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뭔가를 이루고 나면, 어떤 모습에 도달하면, 그때야 비로소 “그래,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씩 바꾸고 싶다. 지금의 나도 나고, 지금까지 도달한 이 자리가 전부 실패가 아니었다는 걸, 내가 나를 그토록 몰아붙이지 않아도 여전히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믿고 싶다. 내가 나를 아끼는 방식이 자꾸만 나를 다그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히 어딘가 잘못된 사랑일지도 모른다. 더 나아지려는 욕심도 좋지만, 가끔은 지금 이 자리에 멈춰 서서 내가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조용히 바라봐주는 사람이 나였으면 한다. 세상이 나를 몰라줘도,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그래도 여기까지 온 너, 꽤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나를 향한 욕심일지도 모르니까.

나는 지금도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하지만 그 욕심 속에 내가 다치지 않기를, 그 바람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기를, 그래서 이 마음이 나를 지켜주는 방향으로 흐르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고,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더 나답게, 더 다정하게 살아내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 욕심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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