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용법
나는 가끔 다정한 사람이고, 또 어떤 날엔 꽤 무심한 사람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마음을 쓰면서도, 어떤 날은 그냥 모른 척하고 싶고, 말 걸 힘조차 없는 날엔 스스로를 단단히 닫아두기도 한다. 사람 마음을 눈치채는 데 익숙하지만, 선을 지키고 싶어질 땐 그 눈치를 애써 외면한다. 다정한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자주 꺼내다 보니 스스로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설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다정함과 무심함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마음 속에서도, 이상하게 나는 여전히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다정함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오래 듣는 것, 한 번 더 안부를 묻는 것, 괜찮지 않아 보여도 굳이 묻지 않는 것. 말보다 태도에 가까운 그런 마음. 어떤 마음이든 너무 빠르게 판단하지 않고, 한 번쯤 더 생각해보는 그런 조심스러움. 나는 그걸 다정함이라고 부른다. 내 다정함은 때로 정확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다. 어떤 날엔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어떤 날엔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 채 무뚝뚝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날이 지난 뒤에는 꼭 마음 한켠이 쓰리다. “좀 더 따뜻하게 말할 걸.” “그때 그냥 한 마디라도 해줄 걸.” 그런 생각이 오래 남는다.
사람이 항상 다정할 수는 없다는 걸 안다. 나도 내 감정 하나 간신히 붙잡고 있는 날엔, 누군가에게 조용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다정하지 못한 선택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나를 너무 미워하진 않으려 한다. 모든 순간에 다정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다정하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버리고 싶지는 않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다정함이 내 안에 계속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니까.
무심함은 나를 보호하는 껍질 같은 것이고, 다정함은 그 안에서 살아 있는 감정이다. 때로는 껍질이 더 단단해져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조용히 그 틈 사이로 마음을 내밀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그 균형을 늘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면, 그건 아주 의식적인 선택이고, 조심스럽게 꺼낸 마음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넨 말 뒤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걸, 내가 가장 잘 안다.
나는 아직도 다정함을 믿는다. 무심한 세상 속에서도, 가끔은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있다는 걸 믿고 싶다. 꼭 뭔가를 해주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내가 줄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모든 순간에 완벽하지 않더라도, 다정함이라는 마음이 내 안에 있다는 것. 그걸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나는 다정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가끔 무심해져도.
결국은 그런 마음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내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