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과 두려움 사이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요즘은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애매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뭘 하든, 어떤 길을 가든 확실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커진다. 애매한 상태로 머무르기에는 내가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너무 많아서 더는 이 흐릿한 위치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막상 무언가를 결정하려 하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어떤 선택이든 그 끝에는 책임이 따라온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부터 의심하게 된다. 결정은 내는 순간보다, 그 이후가 더 무섭다. 그 길을 계속 가야 한다는 것, 중간에 멈추게 되면 또 나를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 확신 없이 시작했다가 후회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언제나 나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고, 결국 나는 선택하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낸다.

마음속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이 돌고, 시뮬레이션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실제로 움직이는 건 없다. 생각만 많고 행동은 없는 하루가 반복된다. 그렇게 멈춰 있는 날들이 쌓이면 그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이러다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나는 거 아닐까?', '언제까지 이렇게 망설이고만 있을 건데?' 그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주변에서 누가 나를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유독 나 자신에게만 엄격하고 차갑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못 하면 또 나를 책망한다. 망설이는 시간 속에서 나는 계속 나를 밀어붙이고 있다.

무언가를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내디뎌야 한다는 생각은 강한데, 몸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마음은 이미 몇 번이고 앞서가 있는데, 행동은 자꾸 뒷걸음질치고 있다. 나도 안다. 결국은 행동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걸.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머릿속에 아무리 멋진 계획이 있어도, 현실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걸 해도 괜찮을까?’,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맞을까?’ 질문이 많아질수록 결정은 더 멀어진다. 때로는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정말 원하는 게 맞는지 헷갈린다. 이걸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는 건지. 생각이 길어질수록 확신은 흐려지고, 방향은 점점 더 모호해진다.

사실 나는 이제 뭔가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아주 진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더 이상 ‘어떻게든 버티는 삶’이 아니라, ‘나를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그 변화가 주는 두려움도 크다. 새롭게 선택하는 순간, 지금의 익숙함과 작별해야 한다는 불안. 잘못된 방향이면 어떡하지, 시작했다가 중간에 무너지면 어떡하지, 그럼 나는 또다시 나를 실망하게 될 텐데. 그런 생각들이 나를 붙잡는다. 이게 내가 나약해서 그런 걸까? 무기력해서? 아니면 단지 너무 신중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나는 지금, 무언가를 결심하고도 그 길을 나서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상태가 편한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머릿속은 시끄럽고, 마음은 조급하고, 나는 나대로 애쓰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사실은 나 자신과 하루에도 몇 번씩 싸우고 있다. '좀 해보자, 이제는 그만 좀 망설이자', 그렇게 다짐하다가도 또 다시 멈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망설임과 두려움이, 진심이라는 증거는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머뭇거리지 않는다. 두렵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 아닐까. 진짜 원하는 게 있으니까 망설이게 되는 거고, 진심이니까 결정 앞에서 주저하게 되는 건 아닐까.

확신은 언제나 결정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실제로 그 길을 걷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해보려 한다. 확신 없는 결정도 괜찮다고, 두려움을 안고 내디디는 걸음도 분명 의미가 있다고.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조금의 용기’인지도 모른다.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망설이면서도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요즘 나는 조금씩 연습 중이다. 생각을 줄이고, 단순하게 행동해보는 연습. 크지 않아도, 아주 사소한 걸 해보는 것부터.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움직이는 나’를 느끼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 연습. 이 상태도 나니까. 두렵고 불안해하면서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이 모습도 나니까. 완벽하진 않아도, 이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결국 삶은 ‘한 번의 결단’이 아니라, 수많은 망설임 끝에 내디딘 ‘작은 한 걸음’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그 첫 걸음을 준비 중이다. 망설이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고, 확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멈추고 싶진 않다. 언젠가는 나도 내 선택을 온전히 믿게 될 날이 올 거라고, 그렇게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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