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요즘 나는 내 마음을 꼭 잡아두려 하지 않는다. 하루가 어지럽게 지나가도, 감정이 요동쳐도, 그저 흔들리는 대로 두기로 했다. 이전의 나는 마음이 조금만 흔들려도 금세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왜 이런지, 어떻게 해야 나아질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따져보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더 무거워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처음엔 이게 무책임한 것 같았다. 나 자신을 방치하는 것 같았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었다. 강물은 굽이치면서도 결국 바다로 가고, 바람은 방향을 바꾸면서도 결국 멈추는 곳이 있다. 내 마음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 굳이 억지로 다잡지 않아도, 언젠가 스스로 자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

이런 태도를 취하니 하루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하루의 작은 실수에도 자책했고, 기분이 가라앉으면 금세 불안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하고 지나간다. 어떤 날은 힘이 나고, 어떤 날은 힘이 없다. 어떤 날은 마음이 가볍고, 어떤 날은 마음이 무겁다. 그 모든 날이 나라는 걸 인정해보기로 했다. 꼭 좋은 날만 모아야 할 이유도, 나쁜 날을 피해야 할 이유도 없다. 흘러가는 대로 두면 그 안에서도 작은 숨 쉴 틈이 생긴다.

물론 이런다고 하루가 기적처럼 변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불안하고,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을 억지로 멈추게 하려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편해졌다. 스스로에게 ‘괜찮아, 오늘은 이렇게 살아도 돼’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된 것, 그게 내겐 큰 변화다.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걸 견디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흔들리는 대로 두는 건 사실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나를 믿는 마음’이 숨어 있다. 언젠가는 지금의 이 흐름이 나를 더 단단한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애써 다잡지 않고, 흔들리는 나를 그저 바라본다. 때로는 강물처럼, 때로는 바람처럼, 내 마음이 흘러가도록.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조금씩 살아가고 있다. 아직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길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줄 거라는 걸 느낀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흔들리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아주 천천히, 내가 괜찮아지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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