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려온 나와 지금의 나 사이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나는 사실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오히려 ‘내가 생각한 지금의 나’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마음이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내가 그려온 ‘이 나이쯤의 나’와 지금의 나는 꽤 다르다. 내가 원했던 모습은 더 단단하고, 더 자유롭고, 더 내 선택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막상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망설이고, 여전히 내 자리에서 서성거린다.

이 자괴감은 비교에서 오는 게 아니다. 남들이 나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어떤 모습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감각. 그게 나를 찌른다. “왜 나는 아직 이 모양일까”라는 질문이 자꾸 올라오고, 아무 대답도 못 한 채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 내가 나를 실망시켰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다른 누구의 위로나 비교도 큰 의미가 없다. 그저 나 자신을 바라보기가 힘들어진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그려온 ‘지금의 나’라는 건 정말 현실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그때의 내가 만든 허상이었을까. 그때의 나는 미래의 나를 어떻게든 멋지게 그려놓고 싶었을 뿐, 정작 그 그림 속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을지 몰랐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상상하지 못한 길을 걷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길이 틀린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내가 그려온 것과 다를 뿐이다.

조금씩은 이런 마음을 받아들이려 한다. 내가 생각한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실패한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순진했고,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더 많은 걸 겪었다. 그게 때로는 나를 더 유연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 차이 안에도 나만의 삶이 자라고 있다는 걸 믿어보기로 한다.

나는 여전히 내가 그려온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차이가 나를 전부 짓누르지는 않는다. 실망스러워도 그 안에 배움이 있었고, 예상과 달라도 그 안에 내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내게 말해본다. 지금의 내가 그려왔던 모습과 다르더라도, 그게 곧 잘못은 아니라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모습도 나라는 걸, 그걸로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걸,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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