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하지 않게, 내가 하고 싶은 걸 차차 해보려 한다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요즘은 뭘 특별히 해내고 싶지도,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대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차차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아직 작고 조용한 마음인데, 이상하게 그게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거창한 목표는 없지만, 그런 마음이 올라온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예전의 나와는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예전의 나는 늘 출발선에서부터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뭔가를 하려면 이유가 분명해야 했고, 결말까지 예상할 수 있어야만 안심이 됐다. 시작은 늘 각오처럼 무거웠고, 내가 할 수 있는지보다 ‘해내야 한다’는 전제가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하기 전에 지치고, 다짐보다 실행이 더 어려웠다.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데에만 에너지를 다 써버렸던 거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냥 그 마음을 따라가보고 싶다. 확신은 없지만, 그런 마음이 생긴 것 자체를 귀하게 여기기로 했다. 뭘 잘해내기보다는, 해보고 싶다는 감각을 중심에 두는 것. 차차 해보는 삶, 조급함을 걷어낸 속도로 내가 하고 싶은 걸 따라가 보는 것. 지금은 그런 태도가 나한테 더 맞는 것 같다.

‘차차’라는 말이 참 좋다. 말끝에 붙이면 전부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는, 그때가 오면, 준비가 되면.” 그런 말들이 다 들어 있는 말.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고, 하루를 어설프게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위로가 숨어 있다. 나는 이제 그 단어에 마음을 얹고 있다.

요즘 문득문득,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곤 한다. 예전에 한 번 해보다가 금세 접었던 것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야’ 하며 밀어두었던 것들. 다 완벽하게 해보자는 마음은 아니다. 그냥 다시, 조금 해보고 싶은 마음. 예전처럼 큰 결심 없이, 그냥 재미있으면 조금 더 해보고, 아니면 내려놓아도 된다는 마음. ‘해야만 한다’는 단단한 문장보다, ‘하고 싶다’는 부드러운 문장을 따라가고 싶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기대’라는 감정이 부담으로 바뀔 때가 있다.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도 그렇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더 무거워지고, 결국에는 시작조차 어려워진다. 그래서 요즘 나는 다짐보다는 감각을 믿는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의지, 기분 좋게 떠오르는 생각, 가볍지만 분명한 시작의 감각. 그런 것들을 천천히 따라가기로 했다.

내가 나를 밀어붙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삶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달리지 않아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로 존재하고 있고,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어떤 계획도 없이, 다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들에 마음을 건네본다.

지금 나는 아주 천천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속도가 나에게 맞는 걸지도 모른다. 빨리 가는 것보다, 잃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조급하지 않게, 차차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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